금호아시아나그룹이 4조5000억원대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공개하며 자금위기설 진화에 나섰다.

계열사들이 가진 비핵심자산을 내다팔고 여기서 확보된 자금으로 부채를 털어내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 반응은 일단 적절한 시기에 나온 자구책이라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발표된 유동성 확보방안이 이미 지난해말부터 계열사별로 부채감축을 위해 추진돼온 안이라는 점에서 새로울게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고강도 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있게 현실화될 수 있을지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비핵심자산 매각으로 4조5740억원 확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1일 오전 그룹 전체 자산감축을 통해 4조574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룹 측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내년말까지 자회사 등 보유 유가증권 매각으로 2502억원, 서울고속도로와 일산대교 등 SOC 지분 매각으로 3102억원, 파키스탄 미수금과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으로 9520억원 등 총 2조124억원의 현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금호산업 역시 내년 상반기까지 일산대교 등 SOC주식 매각으로 1540억원, 금호생명과 한국복합물류 등 계열회사 지분매각으로 7903억원, 한국CES 및 대한송유관공사 등 투자유가증권 매각으로 1022억원, 대불단지 등 기타 유형자산 매각으로 1040억원 등 총 1조1505억원의 현금을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또 아시아나항공도 내년 상반기까지 금호생명과 아시아나공항개발 등 계열회사 지분 매각으로 5080억원, 대한통운 유상감자 등을 통해 9031억원 등 총 1조4111억원의 자금 유입을 예상하고 있다.

◇ 시장신뢰 회복 계기될까?

이날 발표된 유동성 확보안은 내년 대우건설 풋백옵션(매도선택권) 행사에 대비해 필요한 중장기 자금계획 일환이다.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18개 금융회사는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당시 3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면서 대우건설 주식을 담보로 설정했고, 담보가치 보장차원에서 풋백옵션을 부여받았다.

대우건설 주가가 풋백옵션 행사를 밑돌경우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주시을 행사가격에 모두 되사줘야 하기때문에 금호그룹이 부담해야 할 금액은 4조1000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러한 대규모 자금수요에 대해 시장과 투자자들의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정종선 한양증권 애널리스트는 "이정도 자구안이라면 일단 시장 불안은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정 애널리스트는 "대우건설 풋백옵션이 행사된다고 하더라도 1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이러한 유동성 확보방안을 어떻게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가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것"이며 "자구안이 제대로 추진된다면 재무적 투자자들로부터 롤오버(채무 지급기한 연기)도 이끌어 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동성 개선안 발표로 시장기대는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실제 지켜질 수 있을 것인가?'라는 시장 불신을 어떻게 돌파해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호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도 "이날 발표된 유동성 확보방안은 새로운게 아니라 대우건설이나 금호산업 등 핵심 계열사들이 차입금을 갚아나기 위해 이미 지난말부터 염두에 둬온 것들"이라며 "따라서 충격적이거나 혹은 유동성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 애널리스트는 "하지만 이번 유동성 확보안은 차입금을 착실히 갚아나겠다는 그룹차원의 위기극복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시그널의 의미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자산매각은 상대인 매입자가 나서야 현실화 될 수 있는데 이미 쥐고 있는 카드를 모두 보여준 상황이어서 얼마나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금호아시아나그룹 관련株들은 유동성 확보 방안이 발표되면서 강세를 보이다 약보합으로 마감됐다.

금호산업이 전날보다 0.95% 내린 2만900원에 장을 마쳤고, 양호한 실적을 발표한 금호석유와 대우건설은 각각 2.39% 와 1.8% 오른 채 마감했다.

아시아나항공은 고유가에 따른 실적악화 등의 영샹으로 0.63% 내린 약보합세로 장을 마쳤다.

한경닷컴 변관열 기자 b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