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보금 안 넣는다면 할 수 없지"…신용 반대매매 급증
직장인 노모씨(44)는 올 초 신용융자를 받아 매수한 GS건설 주식을 최근 반대매매 당했다.
자기자금과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합쳐 주당 17만원에 200주를 매수한 노씨는 이후 담보비율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자 세 차례에 걸쳐 추가로 담보금을 입금했었다. 그러나 최근 주가가 매입가 대비 반토막 나자 더 이상 담보금을 채우지 않았고, 이 때문에 반대매매를 당하게 된 것이다.

노씨처럼 신용융자를 받아 산 주식이 담보비율 이하로 떨어져도 담보금을 채우지 않아 반대매매가 발생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신용융자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사는 것으로, 증권사들은 안정적인 자금 회수를 위해 보통 140% 내외의 담보비율을 설정하고 그 밑으로 떨어질 경우 임의로 해당 주식을 매도한다.

◆7月 반대매매 건수 크게 늘어

22일 한경닷컴이 10여개 증권사들로부터 신용융자 반대매매 기록을 요청해 살펴본 결과, 대형ㆍ중소형 가릴것 없이 모든 증권사에서 이달 들어 반대매매 건수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H증권사의 경우 하루평균 반대매매 건수가 올해 3월 16건, 4월 20건, 5월 18건, 6월 22건으로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이다가 이달 들어서는 78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D증권사도 7월에 하루평균 31건을 기록, 전달보다 4배 가량 증가했다.

G증권사는 5월 한 달간 전체 1858건이던 반대매매가 6월 1916건으로 늘어나더니 7월에는 18일까지 벌써 2386건으로 불었다.

중소형사들도 사정은 비슷했다. H증권사의 지난 4월 전체 반대매매 건수는 7건밖에 안 됐지만 5월 19건, 6월 31건에서 이달엔 이미 207건에 달한다. C증권사도 4월 9건, 5월 29건, 6월 57건에서 이달엔 18일까지 93건을 기록했다.

또 다른 H증권사는 지난달 하루 수십만원에서 수억원에 그쳤던 반대매매 발생 금액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사흘 동안에만 80억원 가량에 이를 만큼 반대대매 규모가 늘었다.

반대매매가 이처럼 크게 늘어난 것은 담보유지 비율 이하로 떨어져도 투자자들이 담보금을 채워 넣지 않기 때문. 최관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3월 하락장에서는 반등 기대감에 담보비율 밑으로 떨어지면 바로바로 돈을 넣던 투자자들이 최근에는 경제 상황을 우려해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김희성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엔 금리마저 크게 오르고 있어 개인들의 현금 동원 여력이 더 떨어졌다"고 말했다.

◆증권사들도 '긴장'

신용융자 거래 위축은 증권사들의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약세장에서 가뜩이나 위탁매매 수수료(브로커리지)가 줄어든 마당에 신용융자 부문까지 고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3월 이후 증가세로 돌아섰던 신용융자 잔고는 6월12일 4조1326억원을 기록한 이후 급격히 감소해 지난 21일 3조2096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반대매매 등으로 신용 상환액이 증가한 것도 있지만, 신규로 융자를 받는 사람이 감소한 것도 잔고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더욱이 반대매매 증가 추세가 계속될 경우 금융감독당국이 신용거래 규제에 나설 수도 있어 더욱 긴장하는 눈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융자가 크게 늘어나자 각 증권사들이 자기자본 대비 100% 이하로 신용 잔고를 낮추기로 합의했다"면서 "반대매매로 깡통계좌가 속출하게 된다면 금융당국이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어 신용거래가 더욱 위축되고 증권사 이익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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