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침체가 장기화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공모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공모가격이 상장 추진 기업들이 희망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 하는 데다 기관투자가들의 참여도 저조해 상장 일정을 연기하거나 상장 자체가 무산되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 기업 2호'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중국 기업인 연합과기공고유한공사는 당초 이달 29일로 예정돼 있던 상장 일정을 하반기로 연기하기로 했다. 코스닥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던 흥국은 공모가격이 예상치에 못 미치자 상장 계획을 아예 철회했다.

이로써 올 들어 상장을 연기하거나 포기한 기업은 SK C&C,한솔교육,약진통상,드래곤플라이에 이어 6개로 늘어났다.

연합과기 관계자는 "상장 준비에 2년 정도 공을 들인 터라 실망이 크다"면서 "공모가격이 예상을 밑돈 데다 기관들의 참여도 저조해 불가피하게 상장을 미루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들은 6개월 안에 상장 신청서를 내야 하기 때문에 상장 일정을 연기한 연합과기는 시한인 올 11월 이전에 유가증권신고서를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대형 증권사의 기업공개 담당 임원은 "공모 물량의 60%를 기관에 배정해야 하지만 증시가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돼 기관들도 몸을 사리는 바람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공모주 펀드를 운용하고 있는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증시가 활황일 때 상장 추진 기업들이 예상한 공모가격과 최근 침체 상황을 의식한 기관들이 제시하는 가격 간에 격차가 큰 상황"이라면서 "주가 하락으로 이미 상장돼 있는 우량 대형주들의 매력도가 커졌다는 점도 공모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서는 개인들의 투자심리 위축으로 최근 갓 상장된 새내기주들의 주가도 부진해 공모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나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