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올해 호주 이민을 계획 중인 이성민씨(42)는 환율만 보면 속이 쓰리다.

연초 1호주달러에 822원 정도이던 원ㆍ호주달러 환율이 최근 1010원(송금환율 기준)에 육박하고 있어서다.

이민자금으로 준비한 10억원을 연초 환전했다면 121만5288호주달러를 손에 쥘 수 있었지만 지금은 99만호주달러에 불과하다.

#2.아내와 자녀를 호주에 보내고 서울에서 '기러기' 생활을 하는 박주현씨(45)는 늘어난 송금비용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매달 생활비로 4000호주달러를 보내는데 연초에는 329만원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403만원으로 74만원이나 더 든다.

호주달러의 가치가 급등(원ㆍ호주달러 환율 상승)하면서 고통을 겪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호주달러는 올 들어서만 원화 대비 22.5%나 뛰었다.

미국달러(11.7%)나 캐나다달러(11.3%)에 비해 호주달러 가치 상승률이 유독 높은 편이다.

호주달러가 이처럼 급등세를 보이는 것은 세계경제가 침체 우려에 빠진 것과 달리 호주 경제는 주력 수출품인 원자재 가격 강세로 안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달러는 미국 달러에 대해서도 지난 22일 96.51센트까지 오르며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호주는 원자재 가격 급등의 최대 수혜국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원자재값 강세가 지속되는 한 호주달러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호주달러가 급등하면서 국내에선 호주 유학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자녀들을 호주로 유학 보낸 기러기 아빠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송금을 거듭하고 있다.

김병석 국민은행 외환상품부 팀장은 "환율이 많이 오르긴 했지만 국내에서 호주로 송금되는 금액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환전 타이밍을 잡기 위해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현우 외환은행 강남외환센터 차장은 "지금이라도 빨리 환전하는 게 나은지,아니면 단기 급등한 만큼 환율이 한두 차례 조정받을 때까지 환전을 미루는 게 나은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고 귀띔했다.

한편에선 호주달러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모 시중은행 관계자는 "호주달러의 외화예금 이자가 현재 연 8% 수준으로 국내 은행예금보다 훨씬 높다"며 "환차익과 고금리를 노리는 고객도 꽤 있다"고 전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