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이 글로벌 '안도 랠리'에 화답하며 3개월여 만에 코스피지수 1800선을 회복했다.

지난 주말 씨티그룹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며 증시를 억누른 신용위기가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공감대가 확산된 때문이다.

또 이머징시장의 급성장 덕분에 미국 굴뚝주의 실적이 개선된 데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1분기 실적도 예상치를 웃돌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용 위기'에서 벗어난 글로벌 유동성의 증시 재유입과 예상치를 웃돈 기업실적이 증시의 추가 상승을 이끌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기업 1분기 실적 좋아

21일 코스피지수는 1월10일(1824.78) 이후 처음으로 1800선을 밟았다.

조선주가 포함된 운수장비 업종이 4.30%나 올랐고 기계(2.85%) 운수창고(2.71%) 철강금속(2.56%) 보험(2.52%) 전기전자(2.22%) 업종이 상승을 주도했다.

올 들어 주도권을 가져온 정보기술(IT)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기계 철강 등 중국 관련주도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

이날 상승은 글로벌 신용위기의 진앙지인 미국 시장이 안정을 찾은 데다 1분기 어닝시즌을 맞은 한·미 주요 기업의 실적이 예상치를 웃돈 덕분이었다.

증권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주말까지 실적을 발표한 국내 42개사 중 컨센서스(평균 전망치)가 있는 24개사의 매출과 순이익은 컨센서스 대비 각각 103.5%와 102.1%였다.

금융을 뺀 10개사는 매출과 순이익이 컨센서스보다 5.5%포인트와 6.6%포인트 웃돌았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미국 51개 기업 중 82%가 전망치를 초과했다"며 "내수 관련주는 약하지만 다국적 기업의 실적은 양호했다"고 말했다.

미 신용 경색이 완화될 조짐을 보이자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전기전자 금융 등의 업종을 중심으로 이날 3269억원어치를 사들였다.

문기훈 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위험 자산으로의 자산 배분이 증가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며 "달러 캐리 트레이드의 부활은 국내 수급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까지 오르면서 향후 외국인이 환차익과 시세차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상승장의 주도주에 대해선 기존 IT나 자동차,금융업종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추가 상승 어디까지

국내 증시는 유동성과 실적 개선이라는 쌍두마차로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신용 경색을 해결하기 위해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었다"며 "이 돈이 이머징시장의 주식이나 일부 원자재로 들어가 유동성이 풍부해졌다"고 말했다.

미 경기 침체가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주택시장 반등 기미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문 센터장은 "이번 주 나올 미 채권보증업체 암박의 실적이 '어닝 쇼크' 수준만 아니라면 상승에 급제동이 걸리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코스피지수 20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830 부근이나 올 주당순이익(EPS) 10% 성장을 전제로 예상되는 1840선 수준의 상승은 무난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추가 상승을 위해선 눈여겨봐야 할 변수들이 만만찮다.

우선 이번 주 나올 뱅크오브아메리카나 암박의 실적은 물론 다음 주 열리는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경기 판단과 금리 인하 여부가 중요하다.

또 미 경기 관련 지표로 가시화될 미 경기 침체 정도도 관심사다.

김 센터장은 "금융 불안이 실물경기에도 영향을 줘 시간이 갈수록 소비 위축 문제가 부각될 것"이라며 "1840선을 웃돌면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