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 1600선이 강력한 지지선을 형성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증시에서 이전 저점이 깨지는 등 외풍이 심한 속에서도 꿋꿋하게 1600선을 지키고 있다.

지수가 1600대 초반까지 밀리면서 밸류에이션(주가 수준) 매력이 높아진 데다 이 수준에서는 길게 보고 주식을 매입하겠다는 대기매수세가 만만치 않게 포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국인의 주식 매도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주말부터 미국 투자은행(IB)들의 부진한 실적 발표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주가가 다시 출렁일 가능성이 높지만,1600선이 일시적으로 무너지더라도 곧 회복돼 이 선에서 바닥을 다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김학균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현 지수대에서 앞으로 5~10% 정도 추가 하락한다고 해도 사볼 만한 가격대라는 공감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11일 코스피지수는 대형 수출주의 강세에 힘입어 16.31포인트(1.00%) 올랐지만,출발은 좋지 않았다.

미국 다우지수가 경기 침체 우려로 1.29% 하락해 12,000선 밑으로 떨어지며 지난 1월 저점마저 깨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소폭 오른 선에서 마감했지만,긴축정책과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로 전날에는 전 저점이 무너졌다.



하지만 장 초반 1602까지 밀렸던 코스피지수는 3228억원이 넘는 비차익프로그램매수를 포함한 기관투자가와 개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반등에 성공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정보파트장은 "연기금 자금으로 추정되는 비차익순매수가 대규모로 유입됐다"며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라 삼성전자 현대차 등 지수 관련 대형 수출주 강세가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오는 18일(현지시간) 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앞서 긴급 회의를 갖고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도 있다는 골드만삭스의 전망도 시장 분위기를 돌려놨다.

기업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경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2월 중순을 넘기면서 2주 연속 하락한 주당순이익(EPS.12개월 예상)은 지난주 정보기술(IT)업종을 중심으로 1% 정도 상향 조정됐다"고 말했다.

코스피지수 1600선이 지켜질 것이란 기대감은 높은 편이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하가 한.미 증시의 상승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에서는 이번에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인하될 가능성을 96%까지 보고 있다.

1989년 이후 지금까지 16번에 걸친 '0.50%포인트 이상 인하'에서 S&P500지수는 인하 전 5일간 11번(69%) 올랐으며 평균 상승률도 0.92%에 달했다.

미국 증시만 안정되면 국내 증시가 크게 빠질 만한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 많다.

그렇지만 여전히 복병도 있다.

중국의 추가 긴축과 조만간 나올 미국 IB들의 실적 악화 발표가 문제다.

조익재 CJ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주요 IB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상각으로 실적이 예상보다 나쁘게 나올 경우 국내 증시도 전 저점(종가 기준 1589.06)이 다시 위협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1600선을 크게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 아래에서는 국내 증시가 밸류에이션상 매력적인 수준으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증권정보업체인 IBES에 따르면 1620선이었던 지난 10일 한국 증시 주가수익비율(PER)은 10.9배,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배에 불과했다.

김용균 대신증권 투자정보팀장은 "한.미 증시 간 디커플링(차별화)이 계속 이어지긴 어렵더라도 미국보다 주가가 많이 빠진 만큼 1600선이 지지될 가능성은 높다"고 진단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