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지만 연말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

주식을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없고 모두 美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와 트리플위칭데이만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10일 코스피의 거래량은 3억주를 밑돌며, 7개월만에 최저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초까지 프로그램이 주도했던 지수 상승세는 수급마저 꼬이면서 하락반전, 전날 코스피는 1900P선을 위협했다.

11일 오전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반등하고는 있지만 상승 탄력은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투신이 연일 팔고 있고 외국인도 소폭 매도 우위다. 개인이 닷새만에 사자로 돌아섰지만 적극적인 매수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미국 금리 인하, 중국 긴축 정책, 트리플위칭데이 등 큼직한 이벤트를 앞두고 시장은 모두 양면을 바라보고 있다.

이번달 미국 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금리가 인하(0.25%P 또는 0.5%P)되는데 이어 내년 초 또 금리 인하가 단행될 것이라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미국 증시에는 호재로 작용하는 모습이지만,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 배경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는 점은 시장에 부정적인 재료로 남아 있다.

지난 주말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전날 중국관련주들이 동반 급락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날 현재 중국 관련주들은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지준율 인상에도 중국상해종합지수는 전날 1.37% 상승하며 5000P위로 올라섰고, 이날 오전 현재 강보합세를 보이며 사흘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서동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2008년 중국의 통화정책을 중립에서 긴축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지준율 인상이 단행될 것이라 생각했지만 지준율을 100bp씩 올리는 행보는 예상보다 강력한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면에는 예대금리를 올리는 것이 부담이기 때문에 지준율을 많이 올려 놓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서 연구원은 "중국 경제는 이미 자유시장체제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금리를 쉽게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전일 중국 증시의 상승은 이런 견해가 반영된 결과라고 해석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했다.

6조5000억원을 웃도는 사상최대의 매수차익잔고도 트리플위칭데이를 앞두고 시장 분위기를 어둡게 하고 있다.

사상최고치에 육박하는 순차익잔고 수준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의 매물 출회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지수를 압박하는 프로그램 매물 부메랑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분석이다.

임정현 부국증권 책임연구원은 "현 매수차익잔고의 증가가 연말배당과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당장 만기일 당일 차익매물폭탄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며 "배당락이 이뤄지는 27일 이후에나 물량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데 과거 사례에서도 매수차익잔고는 배당락일을 전후해 감소되는 경향이 짙었다"고 설명했다.

주요 이벤트를 앞두고 관망이나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라던 분석 일색에서 이제는 슬슬 주요 이슈 이후를 대비하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수준이 어느 수준에서 결정되든 이는 상각과 금리인하로 이어지는 해결 과정에 있다는 점에 관심이 필요하고 중국은 지준율 인상은 긴축 이상의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며 "주요 변수 이후를 대비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조정시 매수 관점의 접근이 유효하다"고 분석했다.

연말을 앞두고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것은 시장 변수들의 부정적인 면만 믿고 긍정적인 재료들은 믿지 않는 탓일까? 무엇을 믿느냐가 지수의 향방을 결정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경닷컴 배샛별 기자 sta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