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급조정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후폭풍으로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또다시 고조된 데다 엔 캐리 청산,중국 금리인상 우려 등이 투자심리를 싸늘하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5년여간 이어진 글로벌 증시랠리가 끝나가는 것 아니냐는 조심스런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승 추세가 무너진 것은 아니어서 이런 판단은 아직 섣부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증시는 수급뿐 아니라 기업 실적 전망도 양호해 1900선 밑에서는 중장기적인 관점의 매수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한다.



◆잇따르는 악재

미국발 신용경색 위기와 엔 캐리 청산 우려가 세계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지난주 1.4% 하락에 그치며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국내 증시도 12일 맥없이 무너졌다.

지난 주말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1.69%,2.52% 떨어진 영향이 컸다.

이달 들어 국내 증시 시가총액은 70조원이나 증발했다.

엔 캐리 청산은 값싼 엔화를 빌려 이머징 마켓이나 상품에 투자한 자금의 회수로 이어져 증시 유동성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중국발 불안감도 여전하다.

올 들어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면서 중국 정부가 지급준비율 인상에 이어 또다시 금리인상 등 추가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명석 동양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아시아 증시의 상승 속도가 가파른 상황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자 불안감이 팽배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엔 캐리 청산으로 글로벌 유동성이 실제로 축소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정호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증시를 이끈 것은 엔 캐리 자금 외에 중국 중동 등 새로운 글로벌 자금이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인 순매도 봇물

끝없이 쏟아지는 외국인 매물도 주가 하락폭을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올 들어 대량매도하던 외국인은 10월 중립적인 입장으로 선회해 기대감을 부풀게 했지만 이달 들어선 다시 매도공세를 강화 중이다.

유가증권시장의 외국인 순매도는 이날도 2745억원에 달했다.

특히 지난 주말(9일)엔 8525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11월 들어 매도규모가 2조4000억원에 육박한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주식본부장은 "우리 증시가 단기 급등한 게 매도공세의 배경"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외국인 매도공세는 점차 완화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중국 등 브릭스국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보이는 외국 기관투자가 중 일부에서 최근 한국시장의 매력에 대해 언급하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외국인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 1900선 지켜질까

일차적으로 1900선 지지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 편이다.

설사 깨진다고 해도 1850선을 밑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60일선이 위치한 1921선이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고 1900선 아래에서는 저가 매수세가 만만찮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신성호 동부증권 상무는 "2~3% 추가 하락보다는 견조한 펀더멘털에 초점을 맞춰 1900선 아래에서는 주식을 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내년 국내 기업이익 증가율이 15~20%로 예상되는 데다 미국도 내년에는 12% 증가가 예상되는 등 실적이 견조하다는 설명이다.

이정호 센터장도 "지난 5년간 상승흐름에서 직전 상승폭 대비 30~40% 조정은 늘 있어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이나 종목별 포트폴리오를 조절하는 기회라며 단기적으로 유통 교육 레저 보험 등 내수성장주를 주목할 것을 권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적인 달러자산 매각이 미국 소비자의 구매력을 감소시키고 이는 미국 최대 수출국인 중국 기업의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며 "1850선 아래로 밀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광엽/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