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동반 급락의 여파로 8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해 30조8043억원의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증발했다.

급락의 원인으로는 고유가,달러 약세,미국 경기부진,엔화 강세,중국 인플레 우려 등이 꼽힌다.

찬찬히 뜯어보면 전부 몇 달 전부터 거론돼 온 악재들인데도 하락폭이 너무 크다는 점에서 우려를 던져준다.

전문가들은 "주가를 한 단계 추가 상승시킬 만한 계기가 없는 데다,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진 점이 문제"라며 "11월은 박스권을 오르내리는 조정장이 이어질 것"으로 진단했다.



◆글로벌 악재에 고주가 부담 가세

이날 동반 하락세의 직접적인 계기는 전날 밤 뉴욕 증시의 급락이다.

달러 약세,고유가에다 제너럴모터스(GM)의 기록적인 분기 손실 소식은 미국에 이어 한국 등 아시아 증시의 투자심리를 크게 위축시켰다.

전문가들은 주도주들의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진 점을 새로운 악재로 꼽았다.

김영일 한화투신운용 상무는 "글로벌 증시 여건이나 기업 실적 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주도주들의 주가 수준이 너무 높아진 게 조정의 진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주도주의 주가 수준이 낮아지든지,실적 개선이 확인되기 전에는 박스권 장세가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 매도지속과 프로그램 매물도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외국인은 이날 선물시장에서 올 들어 최대 규모인 1만3575계약을 매도했다.

이에 따라 베이시스(선물가격-현물가격)가 장중 마이너스로 떨어지며 8300억원이 넘는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이 나왔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도 3798억원 매도우위를 보였다.


◆2000 안착을 위한 진통

전문가들은 코스피 2000시대에 안착하기 위한 통과의례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석규 교보투신운용 사장은 "단기적으로 증시지표들이 과열되며 주도주가 압축된 다음에 나타나는 불가피한 조정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은 한 달가량 이어질 수 있겠지만 60일 이동평균선인 1920선을 지켜내며 반등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영일 상무는 "기업실적 전망이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난번 저점인 1950선에서 반등을 모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도 "내년 상반기 기업수익 전망이 양호해 1900 이하로 내려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영우 UBS증권 대표는 "단기조정의 폭과 깊이를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장기 투자자라면 조정이 올때마다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김성기 SH자산운용 주식본부장은 "그동안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해외 증시가 동반 하락해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며 "외국인이 매도를 지속하고 국내 주식형펀드의 자금유입 강도가 둔화돼 수급이 한층 약화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증시와 디커플링 가능할까

당분간 미국 증시는 부진이 예상된다.

금융부실이 속속 드러나며 달러약세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증시도 고평가 부담에 시달리고 있어 빠른 반등은 어려울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증시만 상승추세를 재가동할 수 있을까.

김석규 대표는 "미국의 급격한 경기후퇴가 없을 경우 아시아 이머징마켓은 독립적인 성장동력을 갖추고 있다"며 "기업 이익 증가에 힘입어 우리 증시는 상승추세를 지속할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상승분위기에 취한 나머지 투자자들이 그동안 악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악재가 한꺼번에 새로 불거져 나오고 있는 만큼 당분간 제대로된 반등은 힘들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