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정보기술(IT)주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깜짝 실적을 내놨는데도 52주 신저가로 주저앉았고 하이닉스 주가도 1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LG필립스LCD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4분기 이후 반도체 업황이 악화될 우려가 크고 LCD(액정표시장치) 패널가격 상승 속도도 둔화될 가능성이 높아 이들 종목이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구나 기관들이 중국 관련주의 비중을 늘리면서 이들 주식을 매도하고 있어 조정이 길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추락하는 반도체주


16일 증시에선 대형 IT주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대장주인 삼성전자는 4.98% 하락하면서 51만5000원까지 내려갔으며 하이닉스도 4.64% 떨어지면서 2만6700원을 기록했다.

특히 하이닉스는 이날까지 11거래일 연속 약세 행진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과잉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512M DDR2 533'제품의 경우 지난 6월 말 개당 2.24달러에서 이날 현재 1.31달러로 떨어졌다.

내년 1분기까지는 공급 과잉이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4분기 실적도 부진할 전망이다.

안성호 한누리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D램 가격은 현재 후발 업체들의 원가 수준까지 내려간 상태"라며 "그런데도 가격이 반등할 조짐이 없어 당분간은 수익성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교적 실적이 좋았던 LG필립스LCD도 맥을 못추고 있다.

LCD 패널가격은 꾸준히 오르고 있는 추세여서 LG필립스LCD는 지난 3분기 69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깜짝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향후 가격상승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이날 LG필립스LCD는 4.51% 하락한 4만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바닥은 어디일까

전문가들은 이들 IT주가 밸류에이션상으로는 거의 바닥 수준에 온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실적과 수급 양 측면에서 반등의 계기가 없다는 점에서 쉽게 조정국면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올 실적이 작년보다 부진할 전망이다.

LG필립스LCD의 경우 흑자 전환이 확실하지만 4분기 이후 패널가격의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김영준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주가순자산비율(PBR)로 보면 삼성전자는 2.0배로 2004년 이후 최저치며 하이닉스도 1.4배 수준까지 내려왔다"며 "이는 내년도 추정 실적 악화까지 이미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추가 하락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2분기 이후엔 반도체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노근창 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은 9배,하이닉스는 11배 정도로 시장 평균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며 "하지만 기관이 중국 관련주의 비중을 늘리면서 보유 중인 IT주를 내다 팔고 있어 조정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양종금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79만원에서 65만원으로 낮췄다.

대우증권도 70만원에서 66만원으로 내렸다.

한국투자증권은 하이닉스의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이 기존 추정치 대비 25.6% 낮은 3040억원을 기록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4만6000원에서 3만5000원으로 낮춰잡았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