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최근 급락세를 초래했던 미국발 신용경색 우려가 진정되면서 추가 하락 위험은 줄었지만 당분간 상승 에너지가 축적되고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주택대출)에 대한 불확실성이 완화될 때까지 기간 조정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2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 투자전략 담당자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우려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RB)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진정 국면에 들어선 데다 국내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고 국내 증시의 여건이 양호해 지난주 말 코스피지수 1,626.87이 저점이었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그러나 증시는 글로벌 증시의 동반 하락의 원인이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어서 향후 1~2개월간은 박스권 등락을 하며 기간조정을 거쳐 연말까지 다시 코스피지수 2,000선에 도달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 증시 저점 확인했나 = 국내 증시는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지난달 26일 2,015.48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후 지난 17일 1,626.87까지 불과 3주여만에 23.89% 급락했다.

이는 과거 러시아의 지불유예로 롱텀캐피털펀드(LTCM)가 파산하고 중국 긴축조치로 차이나쇼크가 발생했을 때의 조정폭 15~20%를 이미 넘어선 수준으로 충분한 가격조정을 거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서브프라임 모기지에 대해 강하게 반응한 데 힘입어 오늘 반등폭이 생각보다 컸다"면서 "미국 신용경색은 우리나라 문제도 아닌데 불안감 때문에 투자심리 위축되며 급락했는데 지난주 말이 바닥이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조재훈 투자전략부장은 "서브프라임 부실로 인한 신용경색의 우려가 FRB의 재할인율 인하로 다소 완화되며 국내도 코스피지수 기준 120일 이동평균선(1,650선)을 지지선으로 하는 바닥권 형성 가능성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그는 "LTCM사태와 차이나 쇼크 때도 국내 증시가 15~20% 하락하는 것으로 조정이 마무리됐기 때문에 이미 20% 이상 하락한 국내 시장도 당분간 바닥을 다지며 기간조정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리서치센터장은 "지금 증시는 단기급락 뒤에 바닥을 확인하는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장기 금리 대비 여전히 매력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의 이익 전망도 나쁘지 않아 추가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9월 말까지 기간조정은 지속 전망 = 증시는 최근 조정의 빌미가 된 신용경색 우려가 완전히 해소될 때까지는 외국인의 매도세도 지속되고 향후 1~2개월간 코스피지수 1,600~1800의 박스권에서 등락하며 기간조정을 거칠 것으로 전망된다.

박종현 센터장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고 외국인 매도세도 진정되려면 멀었다고 보기 때문에 오늘 반등을 추세적으로 보기는 곤란하다"고 전제하고 "다만 국내 거시경제상황과 기업실적 전망이 좋아 오는 9월 하순 3.4분기 기업실적이 가시화할 때까지는 기간조정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센터장은 "9월 하순이면 국내 증시의 선진국 지수편입과 남북정상회담 실시 등의 재료가 증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이 때부터 반등에 나서 연말까지는 다시 2,000선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심재엽 팀장은 "단기적으로 코스피지수 1,820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외국인의 매도세는 FRB의 금리인하 결정이 나올 때까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호 센터장은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1,600 중반에서 2,000 초반까지 당분간 횡보세를 거듭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외국인의 매도세도 헤지펀드의 환매 압력이나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로 1~2개월 정도 이어질 수 있겠으나 우리 증시의 가격매력이 높아 그 이상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 낙폭과대 성장주 저가매수 기회 = 박종현 센터장은 "신용경색 우려가 원.달러환율상승과 원자재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기업들에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면서 1,700선 부근에서는 저가매수 기회로 본다"고 말했다.

조재훈 부장은 "단기적으로 실적이 뒷받침이 되며 낙폭과대로 가격매력이 있는 증권, 조선, 기계업종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안했다.

이정호 센터장은 "시세 흐름에 연동하지 말고 중장기 호흡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면서 "장기 투자 관점에서는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이기 때문에 이번 약세장에서 많이 빠진 종목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굿모닝신한증권 문기훈 리서치센터장은 "실적에 비해 과도하게 하락했던 대형우량주들을 저점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면서 "대형 업종 대표주와 기계, 증권, 소재 업종 대표주가 유망하다"고 추천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지수 1,600~1,750 사이에서 박스권을 형성하며 횡보하는 장세가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제부터 투자자들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 수준을 낮추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여유있게 시장에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현대증권 박문광 투자분석부장은 "FRB의 시장 개입으로 신용경색 우려가 빠르게 안정될 것으로 기대되지만 추가적인 진통 과정은 남아 있다"고 지적하고 "단기 변동성의 여진은 있겠지만 중기적으로 현재는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dae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