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코스닥 동반 폭등..사이드카 발동

환율하락.채권약세 등 금융시장 진정 국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재할인율 인하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초래된 신용경색 우려를 완화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에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폭으로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이 나흘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고 채권가격도 약세를 보이는 등 신용경색 충격에 흔들리던 국내 금융시장이 진정세를 보였다.

20일 나흘 만에 반등에 나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 대비 93.20포인트(5.69%) 급등한 1,731.27로 마감했다.

이날 지수 상승폭은 2000년 3월2일에 세운 종전 기록(66.28포인트)을 넘어서는 사상 최대이며 상승률로는 2002년 2월14일 7.64% 급등한 이후 5년6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코스닥지수도 48.11포인트(7.14%) 오른 721.59로 장을 마쳤다.

상승폭은 2001년 1월22일 61.10포인트 급등한 이후 6년7개월 만에 최대이며 같은 해 9월18일 7.45% 급등한 이후 근 6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증권선물거래소는 코스피200 및 스타지수선물 9월물의 가격이 장중 급등세를 보이자 오전 10시15분과 9시18분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각각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FRB가 서브 프라임 모기지발 신용경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재할인율을 0.5%포인트 인하하면서 지난 주말 미국과 유럽 증시가 급반등했으며 이에 따라 국내 증시의 투자심리도 크게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도 FRB의 재할인율 인하 여파로 나흘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 지난 주말 대비 7.40원 떨어진 943.00원에 마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재할인율 인하로 외환시장의 불안감이 진정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화 선호 현상도 약화했다고 전했다.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국고채 가격도 약세로 돌아서 3년물 수익률이 5.25%로 지난 주말 대비 0.02%포인트 상승했다.

다만 외국인은 이날도 유가증권시장에서 3천692억원 매도 우위를 보이면서 지난 10일 이후 6거래일 동안 3조4천923억원 누적 순매도를 기록했으며 기관은 프로그램 매도 여파로 닷새 만에 매도세로 돌아서 1천704억원 순매도를 나타냈다.

반면 개인은 5천544억원 매수 우위를 보이면서 코스피지수의 급등세를 이끌었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모든 업종은 신용경색 충격을 딛고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철강.금속과 화학, 기계, 의료정밀, 유통, 건설, 운수창고, 증권 등이 6~13%대 초강세를 보였으며 전기전자와 의약품, 은행, 보험, 음식료품 등도 3~4%대 강세를 시현했다.

코스닥시장에선 금융과 금속, 반도체, 비금속, 의료.정밀기기, 기타서비스, 운송장비.부품, 출판.매체복제, 컴퓨터서비스 등이 7~11%대의 초강세를 보였다.

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총 1천686개, 전체 상장종목(1천897개)의 88.9%가 상승한 반면 하락종목수는 126개(6.64%)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미국발 호재로 국내 금융시장이 진정국면에 들어섰다고 평가하면서도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재할인율 인하를 계기로 다음 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이에 따라 미국발 악재의 전염효과 말고는 별다른 고유 악재가 없었던 한국 증시가 받았던 상처도 점진적으로 치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성주 투자전략팀장은 "FRB의 전격적인 재할인율 인하는 심리적 패닉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주식시장을 V자형 반등으로 이끌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