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상위 주식형 펀드 20%가 `저가 상품'

증시가 단기 급등의 여파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상품 유형 못지 않게 수수료와 보수도 투자자들의 펀드 선택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형 펀드의 경우 자산운용을 위한 별도의 리서치 조직 가동에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는 등의 이유로 연 2% 이상의 총보수(수수료+보수)를 받고 있음에도 연 2.0% 이하의 `저가 상품'에 비해 수익률이 낮은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펀드 운용 기간이 길수록 복리효과에 의한 비용 격차로 수익률 규모가 크게 달라지는 만큼 상품을 선택할 때 투자 대상이나 스타일, 운용사 성과 못지 않게 총보수율 등을 적극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수익률과 총보수 규모는 무관= 25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372개 가운데 설정액이 100억원을 넘고 1년 이상 운용된 펀드 50개의 1년 수익률을 비교해본 결과 실적과 총보수 크기의 상관관계는 매우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일례로 중소형 주식과 유동성자산에 각각 수탁고의 90.89%와 9.11%를 배분한 동양투신운용의 동양중소형고배당주식1은 총보수가 연 1.52%로 전체 50개 종목 가운데 14번째로 낮았으나 수익률은 95.13%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푸르덴셜나폴레옹주식 2-11은 총보수가 연 3%로 가장 높았음에도 1년 수익률은 64.85%로 45위에 랭크됐다.

선취수수료 1%와 연 보수 0.24%인 한국부자아빠정통고편입A주식ClassA(설정액 116억원)의 수익률 64.72%와 엇비슷했다.

이 밖에 신영밸류고배당주식 1 C1과 신영마라톤주식(A형) 등 10개 종목의 총보수가 연 2.0% 미만이었음에도 수익률 랭킹 50위권 안에 들어간 것도 눈에 띈다.

동양투신운용 관계자는 "펀드 비용을 줄임으로써 투자자들의 수익 규모를 높이는 방법으로 펀드 상품을 차별화하기 위해 총보수를 파격적으로 낮췄다.

그런데도 중소형주들의 급등에 힘입어 이 상품이 최고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었다"며 총보수 규모와 수익률이 무관함을 설명했다.

◆ 장기투자엔 선취수수료 붙은 상품이 유리= 투자자들은 비슷한 유형의 펀드 상품이라면 수익률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총보수 규모나 선취수수료 유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선취수수료가 부과되지 않으면 판매보수가 올라가는 만큼 투자 기간을 잘 고려해서 적합한 상품을 골라야 한다는 얘기다.

장기 투자자라면 매년 지급하는 판매보수가 낮은 상품에, 단기투자일 때는 선취판매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 상품이 전체 비용 절감 측면에서 유리하다.

통상 판매보수 평균치는 펀드 순자산가치의 1.44%로 총보수의 67%를 차지하며, 0.62%인 운용보수의 두 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펀드 판매사들이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의 양과 질에 비해 보수는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투자자들이 최근 총보수가 1.29%로 저렴한 인터넷전용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도 고율의 판매보수에 대한 불만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매년 부과되는 판매보수의 복리효과를 이용해 장기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선취판매수수료를 부담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게 유리하고 상품을 고를 때 구체적인 상담이 불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인터넷전용펀드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 운용 방식과 투자 지역 따라 총보수 천차만별 = 펀드 운용의 적극성 여부나 해외 투자 지역에 따라 총보수 규모가 달라지는 만큼 투자자들은 이 부분도 신경써야 한다.

지수 대비 초과수익률을 목표로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주식형 펀드는 자산 운용을 위해 별도의 리서치 조직을 가동하고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등을 통해 매매회전율을 높여야 하는 만큼 비용이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면 벤치마크 지수 수익률 추종을 목표로 소극적인 운용을 하는 인덱스 펀드는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을 복제해서 투자하거나 파생상품 등을 이용하므로 주식형 펀드에 비해 운용비용이 저렴하다.

코스피200과 기타 지수를 추종지수로 삼는 인덱스펀드의 총보수는 각각 연 1.54%, 연 1.72% 수준이다.

인덱스펀드는 상품간 수익률 격차도 적어 펀드 선택에 따른 위험이 낮은 편이어서 인터넷전용펀드로 출시되고 있다.

해외주식형 펀드는 외국시장에 대한 리서치 인력 부족으로 현지에 정통한 운용회사의 자문을 받거나 운용을 위탁하는 경우가 잦아 운용의 적극성 여부에 따라 총보수 규모가 연 0.32∼0.4% 포인트까지 차이가 난다.

특히 해외주식형 인터넷전용펀드의 경우 다른 상품에 비해 판매보수가 연 0.48∼0.53% 포인트 저렴하다.

해외주식형 펀드의 운용보수는 지역에 따라 최대 연 0.55% 포인트의 격차가 생긴다.

우리에게 낯선 투자지역일수록 운용보수가 높은 경향을 보인다.

실제로 남미(2.75%)와 아태지역(1.60%)의 격차는 1.15% 포인트나 된다.

자산운용협회의 김정아 홍보실장은 "통상 총보수는 펀드 유형별로 정형화돼 있으나 가끔 고객 유치 차원에서 저렴한 상품이 출시돼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사례가 종종 있는 만큼 투자자들은 보수 규모만 보고 수익률을 예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대일 기자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