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vs 국내투자자 매매공방이 향후 관전 포인트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매물에 신기록 행진을 이어오던 주식시장이 휘청거렸다.

이달 들어 주식시장의 단기급등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외국인과 국내 투자자들 사이의 매매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어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에 따라 증시의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지수, 외국인 대량 매도로 급락

20일 코스피지수는 오전 외국인과 개인의 매매공방 속에 장중 등락을 거듭하다가 오후 들어 힘의 균형이 깨지면서 가파른 하락세로 방향을 잡아, 전일대비 24.06포인트(1.33%) 급락한 1,783.79에 마감했다.

나흘째 팔자세를 보인 외국인은 3천53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반면 저가 매수에 나선 개인과 기관은 각각 1천10억원, 1천141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902계약 매도 우위를 보이며 하락세를 주도했다.

주식시장이 단기급등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현.선물 매도가 조정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달 들어 차익실현에 나선 외국인과 연일 주식을 사들이며 코스피지수의 신기록 행진을 주도해온 국내 투자자들 사이의 매매 공방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개인과 기관은 6월들어 이날까지 각각 8천503억원, 1조1천760억원 누적 순매수를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은 2조5천954억원 누적 순매도를 나타냈다.

게다가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예비자금인 고객예탁금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외국인들의 실탄인 한국 관련 뮤추얼펀드에서는 자금이 빠지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관련 뮤추얼펀드에서는 지난 달 25일부터 이달 14일까지 30억2천만달러(2조8천7억원 상당)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고객예탁금은 4월 말 11조3천670억원에서 이달 18일 기준 15조352억원으로 3조6천682억원이나 늘었다.

◆"단기 과열이 외국인 차익실현 매물 불러"

최근까지는 국내 투자자들의 주식 매수 기반이 탄탄해 외국인의 차익실현에 대해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지만 외국인 매도 규모가 커지고 단기과열에 따른 부담이 확대됨에 따라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올 들어 전날까지 코스닥지수와 코스피지수는 각각 35.28%, 26.03% 급등해 42개 세계 주요 주가지수 가운데 중국 상하이종합지수(59.58%)에 이어 상승률 2위와 3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이영원 푸르덴셜증권 투자전략실장은 "한국 시장은 지난 달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더 이상 저평가 상태로 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한국에 투자했던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경수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선진국의 주요 금리가 상승하면서 외국인의 위험회피 성향이 커졌다"면서 "한국의 경우도 12개월 선행 주가이익배율(PER)이 13배에 근접함에 따라 밸류에이션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매수 기반 탄탄..급락세 지속되지는 않을것"

그러나 외국인의 차익실현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데다 주식형펀드 등 국내 매수 여력이 탄탄해 급락세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우세하다.

김성봉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의 매도 배경은 단순 차익실현"이라면서 "최근 상승기에 외국인이 매도한 업종과 종목을 보면 초기에는 조선.기계.철강 등 당시 주도 업종을 집중적으로 내다 팔았고, 이후 증권과 보험 등 금융업종이 상승할 때 금융주를 중심으로 매도했다"고 전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한국 시장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떠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대우증권의 이 애널리스트는 "국내 투자자들은 직접투자 혹은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방식으로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며 국내 매수 기반이 탄탄함을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