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동구 둔촌동에 사는 직장인 박인종씨(38)는 지난 3월 주식시장이 뜨자 한 시중은행에서 판매하는 지수연동예금(ELD) 상품에 1000만원을 넣었다. 연 4%의 최저수익률이 보장되는 데다 주가지수 상승에 따라선 연 15%까지 고수익을 노려볼 수 있는 구조의 상품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예상은 적중해 주식시장은 급등세를 거듭했고 고수익의 꿈에 부풀었다.

하지만 박씨는 최근 은행으로부터 그가 가입한 ELD의 수익률이 연 4%로 조기 확정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주가지수가 오른 것은 좋았지만 너무 많이 오른 게 화근이었다.

주가가 폭등세를 보이면서 울상짓는 ELD들이 속출하고 있다.

올 들어 나온 ELD 중 상당수가 주가지수 상승에 따라 수익률이 올라가다가 지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오히려 수익률이 뚝 떨어지는 '녹아웃'형 구조로 설계됐기 때문이다.



◆주가 너무 뛰어 울상짓는 ELD

최근 주가지수가 너무 뛰면서 '녹아웃'에 걸려 저조한 수익률에 그친 ELD 상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국민은행이 올 들어 내놓은 'KB리더스정기예금 코스피200 7시리즈' 상품 중 7-1호와 7-4호,7-5호,7-6호 등이 최근 줄줄이 연 4%의 최저수익률로 조기 확정됐다. 이들 상품은 주가지수 변동률에 상관없이 최저 연 4%를 보장하고 코스피200 지수가 가입 때 기준지수의 20% 이내에서 상승하는 경우 최고 연 10~15%를 지급하는 구조다. 그러나 코스피200 지수가 가입 때 지수의 20%를 초과한 적이 있으면 수익률이 연 4%로 떨어지는 소위 '녹아웃형'이다. 최근 주가지수가 너무 올라 오히려 손해를 본 셈이다.

신한은행이 올 들어 판매한 'PGA 코스피200 상승형 7-1호'와 'PGA 코스피200 상승형 7-2호'도 주가지수가 기준지수보다 20% 이상 오름에 따라 녹아웃에 걸려 기대에 못미치는 연 5%로 수익이 확정됐다.


◆같은 날 가입해도 수익률은 천지차

대기업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최상기씨와 김인종씨는 원금보장에다 주가상승으로 추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ELD에 가입하기로 하고 작년 5월25일 우리은행을 찾아 1년짜리 '이-챔프 12호'에 가입했다. 최 씨는 이 상품 중 '코스피200연계형'을 선택했고,김 씨는 '삼성전자와 포스코 개별주가 연계형'을 선택했다.

하지만 1년 후 수익률은 극과 극이었다. 최씨는 연 18%의 수익률을 받은 반면 김씨의 수익률은 3%에 그쳤다.

코스피200연계형은 최고 18%의 수익률을 주지만 지수가 기준지수대비 30%를 초과하면 연 6%로 수익률이 확정되는 구조였다. 다행히 지수상승률이 25%로 녹아웃이 걸리지 않아 최고 수익률인 18%를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삼성전자 포스코 연계형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를 보여 수익률이 0%를 기록했고, 포스코의 경우 주가가 30% 이상 오르는 바람에 녹아웃에 걸리고 말았다.


◆구조따라 울고 웃는 ELD,꼼꼼히 따져라

이처럼 예기치 못한 주가폭등으로 오히려 울상짓는 ELD가 속출함에 따라 은행들은 더욱 진화된 형태의 상품들을 내놓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만기 때 주가지수가 가입 때 주가지수보다 높으면 연 8.0%의 금리를 지급하고 만기지수가 기준지수보다 낮으면 원금만 지급되는 '모 아니면 도' 식의 ELD를 선보였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