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지 않은 상장사 사외이사가 경쟁업체 사외이사를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일부 사외이사는 퇴임 후 경쟁업체에서 다시 사외이사를 맡는 경우도 있다.

해당 산업에 대한 경험과 사전 지식을 갖고 있어 전문 능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도 있으나 기업의 정보 유출이나 이해상충 등의 문제점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겸직 사외이사는 모두 196명

23일 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복수 상장사 사외이사로 겸직 중인 사람은 모두 196명으로 이 가운데 15명이 동일업종 내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상법에는 상장사의 경우 2개사까지만 사외이사의 겸직을 허용하고 있다.

홍원표 중앙대 교수는 남광토건(12,150 +0.41%)삼부토건(2,235 +3.71%)의 사외이사에 동시에 올라 있다.

전계묵 삼두DNS회장(동부제강(11,100 0.00%)·세아제강(114,000 +1.79%))과 김형준 서울대 교수(동부일렉트로닉스·하이닉스(123,500 +2.92%)),박문수 전 동우사 사장(고려제강(20,900 +1.21%)·금강철강(5,090 +1.80%)) 등도 동일업종 내 상장사 사외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

권준일 칼라일 대표(디씨씨·씨씨에스(720 +0.98%)),김유일 부산대 교수(성우하이텍(5,660 +2.35%)·에프에스텍) 등 6명은 같은 계열사의 사외이사로 재임 중이다.

경쟁업체의 사외이사로 자리를 옮긴 사례도 있다.

유관희 고려대 교수는 직전 대우증권(9,190 +0.44%) 사외이사를 맡다가 현재 서울증권(3,740 +0.54%)에서 일을 보고 있다.

최명수 예금보험공사 기금관리부장(신한지주(37,650 +0.27%)→우리금융)과 김각영 변호사(신한→계룡건설(34,700 +1.61%))도 경쟁사 사외이사로 이동한 경우다.

동일업종 내 겸직 사외이사의 이력을 보면 교수 출신이 6명으로 가장 많다.

나머지는 변호사나 전 금융인,사업가다.

특히 철강업종 내 겸직하는 사외이사 중 박문수 전 사장이나 이해건 포스텍철강대학원 원장,전계묵 회장 등은 포스코(295,000 +1.72%)포스코 계열사의 주요 임원 출신으로 업종 내 포스코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이해상충 문제 없나

동일업종이나 경쟁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하는 데 대해 '전문지식 활용 차원에서 바람직하다'는 입장과 '기업별 이해관계가 달라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충돌하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사전 경험을 통해 해당 산업의 전문 지식을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양사 간 유대 강화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윈윈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타 회사의 사외이사란 사실을 알고 겸임을 승인한 기업이나 주주의 판단 능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경우 겸직 상장사 수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경쟁사 사외이사 겸직도 크게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반면 정영태 상장회사협의회 전무는 "한쪽에 유리한 경영판단이 다른 한쪽에 불리할 수 있다"며 "특히 경쟁관계인 경우 그럴 우려는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상법에서는 동종 업종이나 이해관계에 있는 회사의 인사를 이사로 선임할 경우 이를 주주총회에서 별도 승인토록 하고 있다.

정 전무는 "하지만 동종업종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불명확해 대부분 별도 승인 절차를 밟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박영식 서강대 교수도 "한 회사의 내부 경영전략에 관한 정보가 다른 회사에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과거 한 교수가 국민은행 사외이사를 마친 후 바로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간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박사는 "사외이사는 건전한 판단능력을 갖고 기업이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도록 외부에서 견제하는 역할이 중심"이라며 "이해상충 부담이 있는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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