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부터 아예 돈을 빌리지 않은 기업이 매년 늘고 있다.

또 상장사 3곳 중 한 곳은 보유 현금에서 발생하는 이자수익이 차입으로 인한 이자비용보다 많은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은 재무상태가 좋아 주가에도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4일 금융정보 업체인 한국신용평가정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차입금이 제로인 상장사는 모두 233개사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강원랜드 남양유업 한국전기초자 제일기획 엔씨소프트 신도리코 등 79개사가,코스닥시장에선 파라다이스 GS홈쇼핑 NHN CJ인터넷 웹젠 등 154개사가 무차입 상태였다.

이들 기업은 기업활동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대출이나 사채발행이 아닌 주식발행 또는 내부유보금으로 조달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무차입 기업은 2002년 33개사와 비교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코스닥시장에선 2002년 124개사에서 30개사가 늘었다.

같은 기간 상장사(금융기관과 순수지주회사 제외)가 1403개에서 1548개로 10.3% 늘었지만 차입금이 없는 기업은 157개에서 233개로 48.4% 증가했다.

김도경 한국신용평가정보 선임연구원은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2004년을 정점으로 줄고 있지만 무차입 기업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는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하기보다는 발생한 이익을 내부에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자수익에서 이자비용을 뺀 순이자수익이 플러스여서 사실상 무차입 경영을 하는 기업도 전체 상장사의 36%인 561개사나 됐다.

삼성전자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순이자수익이 각각 1000억원을 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파라다이스가 유일하게 100억원이 넘는 순이자수익을 냈고 동서(78억원) 에스에프에이(67억원) 휴맥스(64억원) GS홈쇼핑(63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무차입 기업 중 상당수는 순손실을 내면서도 증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차입금을 상환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차입금이 없는 순수 무차입 기업 중에서 유가증권시장의 한국전기초자 한국유리공업 태광산업 등 3개사와 코스닥시장의 웹젠 대양이엔씨 이앤이시스템 등 20개사는 순손실을 기록했다.

김 연구원은 "무차입 경영 자체보다는 무차입을 달성한 원인과 향후 성장성 등이 주가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