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극적으로 타결된 이후 주식시장은 저마다 한미FTA가 미칠 영향에 대해 계산기를 두드려보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FTA 수혜 품목으로 분류됐던 섬유업종 등이 하락세로 돌아서는가 하면 예상보다 강화된 규정이 적용된 제약업종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

앞으로 관세가 철폐 되는 자동차주와 자동차부품주도 동반 하락중이다. 케이블방송주는 울상을 짓고 있으며 전날 반짝 상승했던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은 하루만에 하락 반전하고 있다.

타결사실이 발표된 전날의 환호성도 하루 지나자 잦아들는 양상이다. 코스피 지수도 전날 수준에서 맴돌거나 밑돌고 있다.

◆관세 철폐..자동차 자동차부품 하락세로 돌아서

3일 오전 FTA 최대 수혜품목으로 분류됐던 자동차주들이 일제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날 장출발시 현대차 기아차 대우차판매 등 자동차주들은 관세 철폐 소식으로 상승 출발했었다. 그러나 지수하락과 맞물려 소폭 내림세로 돌아섰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1% 미만의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관세가 즉시 철폐되는 자동차부품주도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인다. 직수출 비중이 큰 현대모비스를 비롯해 S&T대우 한라공조는 4일만에 하락 반전했다.

◆제약주 '직격탄'

제약주들은 한미FTA에 직격탄을 맞은 모습이다.

전날 한미FTA 타결 소식에 하락세로 돌아섰던 제약주들은 이날 나란히 낙폭을 확대하고 있다.

종근당이 5%의 급락세를 보이고 있으며 한미약품도 4%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웅제약, 동아제약, 유한양행은 2~3%의 약세를 기록중이다.

황상연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이날 "FTA 타결 내용이 예상보다 강화된 지재권 규정 등 다소 국내 제약업체에 불리한 방향으로 결정된 측면이 있지만 실제로 부정적 영향을 받는 범위는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FTA 수혜품목..섬유주+개선공단 3인방 하락세

FTA의 수혜 품목으로 분류되고 있는 섬유주업체들도 동반 하락중이다.

대미 수출비중이 낮은 대형 패션업체들은 물론 대미 수출 규모가 90%에 이르는 의류업체 신원도 하락세다.

작년 총 매출의 30% 가량을 직접 미국에 수출한 은성코퍼레이션도 4일만에 하락 반전했다. 3% 이상의 하락률을 기록중이다.

특히 신원은 개성뿐 아니라 북한 전역에서 생산되는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한다는 발표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오르지 못하고 있다.

대미 수출 비중이 높지 않은 것으로 지적된 제일모직 LG패션 FnC코오롱 등 대형 업체들 주가도 떨어지고 있다.

신원과 함께 개성공단 입주업체인 로만손 좋은사람들도 약세다.

로만손은 지난주부터 FTA 타결 소식이 전해지기까지 3일간 1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었다.

◆케이블방송주..수일째 하락 '울상'

큐릭스 디씨씨 한빛방송 YTN 등 케이블방송주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외화프로그램 편성쿼터 완화로 콘텐츠 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예 상되기 때문이다.

큐릭스 디씨씨 한빛방송은 2일 연속 하락폭을 키워가고 있으며 YTN은 사흘째 하락하고 있다.
큐릭스 디씨씨 YTN 등은 최근 2~3거래일간 하락률이 1% 가량인데 비해 한빛방송은 6.4%에 달해 하락폭이 가장 크다.

그러나 이번 FTA 협상 이후 실질적인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라는 게 증권사의 시각이다.

삼성증권은 "FTA협상의 실질적인 효과는 중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단기적인 시장의 반응은 이같은 효과를 미리 반영하는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다"고 밝혔다.

한경닷컴 배샛별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