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주가 차별화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순항하던 반도체 관련주들은 연초 이후 메모리 시황 악화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2년간 침체의 늪을 헤맸던 액정표시장치(LCD) 관련주들은 업황 개선 기대감으로 반등세를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LCD 간 엇갈린 흐름은 당분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점 꺾인 반도체주

삼성전자하이닉스가 세계 1,2위를 달리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은 경기가 올해 들어 심상치 않다는 분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실제 메모리 주력인 D램의 경우 올 들어 3월 중순까지 현물가격이 연초 대비 42% 급락한 상태다. 낸드플래시 가격도 같은 기간 30~40%가량 하락했다. 민후식 한국증권 테크팀장은 "급격한 가격 하락으로 지난해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메모리 경기사이클이 1분기 중 피크를 치고 본격 하강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며 "하반기 계절적 성수기 기대는 있지만 현재로선 위험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주가도 당분간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강하다. 삼성전자의 경우 그동안 주가 부담 요인이던 자사주 매입이 지난주까지 모두 끝나 반등 기대감이 컸으나 메모리 시황 악화 요인이 부각되면서 60만원대 진입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 목표주가도 잇달아 하향 조정되고 있다. 한국증권은 종전보다 4% 내린 66만원을 제시했고 JP모건도 "최근 메모리 가격 하락은 업황 하강 국면의 초입 단계"라며 목표가를 65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낮췄다.

하이닉스의 경우 21일엔 일본 도시바와의 특허분쟁 타결 소식으로 1.75% 오르며 반짝 강세를 보였지만 연초 이후 주가를 보면 줄곧 약세다. 한국증권은 하이닉스에 대해서도 목표가를 4만8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춘 상태다.


◆봄볕드는 LCD주

반면 LCD주는 반등세가 뚜렷하다. 올해 들어 패널 가격 하락폭이 크게 둔화되면서 업황이 바닥을 지나 하반기부터는 본격 개선될 것이라는 예상에 따른 것이다. 42인치 TV용 LCD 패널은 이미 가격이 반등세로 돌아섰다.

대표주인 LG필립스LCD는 최근 한 달 이상 지속된 기관의 줄기찬 매수에 힘입어 주가가 10% 이상 올랐다. 일각에선 단기 상승에 따른 가격 부담을 지적하고 있지만 업황 회복이 초기 국면인 점을 감안하면 추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대증권은 목표가를 3만4000원에서 4만원으로 올렸다.

코스닥시장의 LCD 부품주들도 IT장비 및 부품주 가운데 유일하게 외국인과 기관의 러브콜을 받으며 강세다. 특히 LG필립스LCD의 패널 출하량 증가에 따른 수혜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증권은 한솔LCD와 디에스엘시디 등을 유망주로 꼽았고,현대증권은 그동안 LG필립스LCD의 물량 축소로 고전했던 우리이티아이 신성델타테크 네패스 등에 주목할 만하다고 추천했다.

정종태/김형호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