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차이나 쇼크'로 촉발된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청산 가능성,미국 경제의 성장 둔화와 주택경기 부진에 따른 금융 부실 우려 확산,여기에 중국 정부의 긴축 경제 선언이 맞물리면서 5일 전 세계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다.

한국과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 강세로 원·엔 환율이 하루에 21원 이상 급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1376.15로 2.71%(38.32포인트) 하락해 1400선이 무너졌고 코스닥지수도 594.03으로 2.14%(12.96포인트) 떨어져 600선이 붕괴됐다.

이날 하루 사이 국내 증시에서는 시가총액이 20조2434억원 증발했다.


일본 증시의 하락폭은 더 커 도쿄 증시 닛케이 평균주가는 지난 주말보다 3.34%(575.68엔) 급락한 1만6642.25엔으로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 종합지수는 2785.31로 1.63% 하락했고,특히 외국인이 살 수 있는 상하이 B주는 161.44로 6.90%나 폭락했다.

대만 증시의 가권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3.74%(285.59포인트) 급락한 7344.56으로 끝났다.

원·엔 환율은 822원80전(100엔 기준)으로 21원41전 올라 작년 9월5일(824원94전) 이후 최고였다.

급등세로 반전한 원·달러 환율도 951원40전으로 전날보다 8원30전 상승해 작년 10월25일(955원70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고 주가가 급락한 것은 값싼 일본 돈을 빌려 전 세계 고수익 자산에 투자했던 엔캐리 트레이드 자금이 역류하면서 아시아 등 신흥시장 국가의 주가가 급락하고 엔화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가능성과 함께 유럽중앙은행(ECB)이 금리를 올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이 지난 주말보다 2엔 이상 떨어진 115엔대를 기록하는 등 엔화 강세(환율 하락) 현상이 지속됐다.

이와 관련,임지원 JP모건 이코노미스트(전무)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본격적으로 청산된다면 일부 엔화 약세에 베팅했던 펀드들이 부실화할 수밖에 없고 국제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면 한국 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기본적으로 원·달러 환율과 원·엔 환율이 너무 낮은 상태였기 때문에 올해 오르는 방향으로 전망했으나 최근의 속도는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다.

이와 함께 경제성장 둔화와 주택경기 침체로 어려움에 빠질 우려가 커지고 있는 미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것도 국제 금융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과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이 경기를 놓고 서로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등 미국 경제의 경착륙 가능성을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데다 미국 정부는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서브 프라임 모기지)에 대한 규제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 금융 부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원자바오 총리가 이날 개막한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를 8%로 제시하고 긴축 재정을 선언함에 따라 아시아 증시의 낙폭이 더욱 커졌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