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투자 문화가 확산되면서 상장사 분석 임무를 맡는 애널리스트(애널)들의 힘도 갈수록 막강해지고 있다.

'애널 펜 끝에 주가가 움직인다'는 말조차 나돌 정도다.

실제로 리포트 한 줄이나 코멘트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이처럼 애널들의 파워가 커진 것은 이들이 해당 종목의 경영 상태나 전망 등에 대해 전문가임을 인정받기 때문이다.

애널들 기업탐방때 별거 다보네 ‥ 화장실 깨끗한지… CEO 복장 어떤지 …

그러면 애널들은 무슨 수단을 활용해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파헤칠까.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업이 발표하는 실적과 재무제표,IR(기업설명회) 자료,시장 상황 등이다.

하지만 이것만 갖고 기업의 미래를 진단하는 것은 아무래도 불충분하다.

기업과 시장이란 살아 있는 생물처럼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재무제표나 실적은 미래 대신 과거를 얘기해줄 뿐이기 때문이다.

애널들을 대상으로 '기업 분석 때 실적 외에 무엇을 중시하는가'에 대해 물어보면 재미있는 결과를 얻는다.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는 사항이 투자판단을 내리는 중요 항목이 된다는 게 그것이다.

기업 탐방시 애널의 체크포인트로는 기본적인 시장상황이나 실적 현황 외에 △화장실 청결도 △복지시설 △대표이사 복장 △대표이사와 관계된 사진 형태 △책장 △점심식사 수준 △IR담당자 태도 △근로자 표정 △회의시간 등이 꼽힌다.

신영증권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을 맡고 있는 한승호 연구원은 기업 방문시 맨 처음 화장실부터 찾는다.

화장실 상태를 직접 눈으로 점검해보기 위해서다.

그는 "경험상 화장실이 깨끗한 회사는 기강이 바로잡혀 직원들의 근무태도가 좋은 편"이라며 "이런 상장사는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기업분석부의 강록희 연구원은 대표이사를 만날 때 사무실을 꼼꼼히 살펴본다.

강 연구원은 "중소기업의 경우 사무실에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각종 상패 등이 진열돼 있는 기업이 적지 않다"면서 "정치인과의 친분 등을 통해서 자신을 부각시키려는 것으로 기업 본연의 경영엔 소홀하다고 볼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IR 담당자의 태도도 회사 평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강 연구원은 "2년 전께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를 만났는데 자신감 있는 어조로 경영 현황을 설명하는 데서 강한 소속감과 충성도를 가늠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신동민 대우증권 연구원은 복지수준을 체크포인트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한 코스닥 상장사를 방문했는데 회사 입구에 유치원이 있었다"면서 "기혼 여성들을 위한 이 같은 회사측 배려가 실적보다도 더 빛나 보였다"고 말했다.

이 밖에 △회사 마크가 새겨진 작업복을 입고 있는 대표이사나 △근로자들의 환한 표정 △간결하고 짧은 회의 시간 △책장에 꽃혀 있는 회사경영에 도움이 되는 서적들 △수준이 괜찮은 구내식당 식단 등에도 애널들이 높은 점수를 준다.

우리투자증권의 한 애널은 "NHN의 출근 시간이 9~10시 사이로 알고 있었는데 직접 방문해 보니 많은 직원이 그 전에 나와 영어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에 열심이었다"며 "근로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기업일수록 미래가 밝다"고 강조했다.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