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국제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 우려 등이 불거지면서 한국을 비롯해 브라질, 태국, 중국 등 주요 이머징마켓(신흥시장) 증시를 중심으로 약세 기조를 보이자 증시 일각에서 글로벌 증시 동반조정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최근 해외펀드에 투자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시장의 약세는 곧바로 해외펀드의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도 해외증시의 조정 우려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같은 약세 기조는 지난해 후반 한국증시를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글로벌 증시가 초강세를 보인데 따른 기술적인 단기조정의 성격이 큰 것이어서 감내하기 힘들 정도의 큰 조정은 아닐 것으로 분석했다.

◆ 글로벌 증시 조정 우려 =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남미와 아시아 증시 등 그동안 강세를 보이던 이머징마켓이 최근 약세를 보이자 증시 일각에서 글로벌 증시의 조정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증시가 지난주 각각 5.01%와 1.27%가 하락한데 이어 전날도 약세를 이어갔으며 중국 상하이지수도 1.28% 하락했다.

이와 함께 8일 대만증시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이머징 마켓을 중심으로 글로벌 증시의 조정 우려가 제기됐다.

삼성증권도 20여개 이머징마켓 증시의 평균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지난주 주간 등락률이 15주만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이와관련, 하나증권 김진호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조정에 이어 몇몇 해외증시가 조정을 받는 모습을 보임에 따라 국내증시만의 일시적 조정에서 국내증시의 선(先)조정 개념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같은 조정이라도 의미는 크게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 "북한 핵문제와 원.달러 환율 급락에 따른 우리 증시만의 조정이었던 지난해 10월과 12월 조정과 글로벌 증시의 동반조정기였던 지난해 5월과 6월의 조정은 그 깊이나 충격의 강도가 확연하게 달랐다"면서 "다만 전날 미국와 유럽 증시가 약세를 보이지 않은데다 일본 증시도 강보합세를 보이는 등 선진국 증시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어 동반조정 확산 우려는 축소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 단기조정 가능성에 무게 = 증시 일각에서는 최근 글로벌 일부 증시의 하락의 이유로 최근 국제 원자재가 하락에 따른 세계 경기 둔화 우려, 중국의 지준율 인상과 일본의 금리인상과 결부된 글로벌 유동성 위축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대부분 지난해 후반기 급등세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지난 94년 이후 처음으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세계지수가 무려 7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인 만큼 한국 증시를 제외한 대부분의 증시는 이미 상당 부분 올라 있는 만큼 조정에 대한 우려를 갖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그러나 조정의 강도 면에서는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시황 전망에서 "최근 약세가 작년 하반기 이후 조정 없는 상승에 따른 반작용이라는 점과 함께 국제 원자재가 폭락이 향후 글로벌 경기 둔화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시각 등의 연결고리 등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서 가장 상징적인 시장은 중국시장"이라며 "중국 상하이 지수가 지난주 1.3% 하락했지만 전날 2.5%대의 급등세로 돌아서는 등 최근 움직임은 견조하다"고 지적했다.

하나증권 김 애널리스트도 "2004년부터 이어져 온 글로벌 증시의 장기 상승추세를 보면 통상 5-6개월 정도의 사이클을 보이는 만큼 기술적인 성격의 조정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증시의 동반 조정은 비교적 큰 고통을 수반할 수 있지만 감내하지 못할 정도의 조정은 아닐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도 "지난해 하반기 강세에 따른 반작용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최근 원자재 가격 하락은 제조업 등의 실물수요가 줄었다기 보다는 유전펀드나 원자재펀드 등 실물펀드의 투기적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 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