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국 등에 집중됐던 이머징마켓(신흥시장) 투자자금이 한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해 한국이 세계 증시 랠리에서 '왕따'를 당하면서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지난 한 해 11조원에 달하는 주식을 처분하면서 상승 발목을 붙잡았던 외국인이 올해는 증시 강세에 일조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 인도 팔고 한국 사고

3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126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국내 증시에서 매수 우위를 보인 것은 지난해 4월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날은 500억원 이상을 파는 등 매도 우위로 돌아섰지만 매도 강도는 눈에 띄게 약해졌다.

외국인은 일본에서도 지난달 123억4400만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지난해 들어 월별로 100억달러 이상 순매수한 것은 처음이다.

반면 인도 베트남 등 지난해 랠리가 두드러졌던 이머징마켓에서는 이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인도 뭄바이 증권거래소(BSE)에서 8억1400만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이 인도에서 순매도를 나타낸 것은 작년 5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은 태국에서도 8억8800만달러어치를 내다팔았다.

이 역시 7월 이후 5개월 만이다.

인도 등에서 자금을 빼내 지난해 상승세가 미진했던 한국과 일본에서 '사자'에 나서는 양상이다.

◆ 가격 매력 커진 한국시장

박소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미국이 금리를 내리게 되면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려는 자금이 늘 것"이라며 "지난해 급성장한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보다는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한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도의 경우 2년 연속 급등세로 주가 부담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도 담당 펀드매니저 상당수가 인도 증시의 체력적 부담을 우려하며 올해 하락 가능성을 제기했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였던 상장사 이익증가율이 올해는 20%정도에 달할 것으로 보여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잇단 초대형 기업공개(IPO)로 투자자금을 빨아들였던 중국 증시 역시 올해는 IPO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특히 해외 펀드 내 한국자산 비중이 지난해 말 처음으로 중국자산 비중보다 낮아진 점도 한국 시장의 매력을 높여주고 있다.

세계 신흥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이머징마켓펀드 내 한국 투자 비중은 12.71%로 낮아진 반면 중국 비중은 13.02%로 높아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인도 증시에서 차익 실현을 하면서 저평가된 시장으로 여유자금을 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인도 상장사 주가수익비율(PER)이 평균 19.1배에 달하는 데 비해 한국은 10.7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오 연구원은 "한국의 주요 상장사가 올해 두 자릿수의 이익 증가가 가능한 만큼 실적 변화에 민감한 외국인이 이를 놓칠리 없다"고 덧붙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