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던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홀연히 떠나버렸다.

아이칸은 지난해 9월 KT&G의 주식 4만여주를 사들인 뒤 올들어 지분을 늘리며 본격적으로 KT&G와 경영권 분쟁을 벌여왔다.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삼아 인삼공사의 상장과 유휴자산 매각 등을 요구하며 경영진을 강하게 압박했고 공개매수를 통한 지분 매입 가능성 등을 제기하며 시장을 떠들썩하게 하기도 했다.

이런 소동이 벌어지는 동안 4만~4만5000원대에 머물던 KT&G의 주가는 5만원을 훌쩍 넘어 6만원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지난 8월 아이칸의 KT&G 지분율은 7.86%에서 4.87%로 낮아졌다.지분 2.81%를 가지고 있던 스틸파트너스와의 의결권 공동행사 계약이 종결되면서 지분이 줄어든 것이다.

지분율이 5% 이하로 내려감에 따라 공시 의무가 없어지면서 시장에선 아이칸의 움직임을 파악하기가 힘들어졌다.

최근엔 KT&G가 자사주를 소각키로 하면서 아이칸펀드의 지분율이 다시 5%를 회복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연말 배당 기대감 등으로 KT&G 주가가 신고가 행진을 벌이는 가운데 아이칸은 보유 지분을 전격 매각하고 나섰다.

주당 매각가격이 6만700원으로 최근 주가보다 낮긴 하지만 매각차익 1230억원과 배당수익 125억원 등을 포함해 1400억원 정도의 이득을 챙긴 것으로 추정된다.

지배구조 개선의 명분을 내세웠지만 단기차익을 노린 헷지펀드의 ‘먹튀’ 논란을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아이칸이 철수하면서 KT&G는 적대적 M&A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전망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단기적인 심리적 압박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론 오히려 긍정적이란 반응이다.

펀더멘털이 견고한데다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줄 것으로 기대돼 여러모로 주가 부양의 모멘텀이 될 수도 있단 설명이다.

현금흐름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전체 주주들에게 공표한 주주이익 환원 정책도 지속될 것이란 점에서 단기 조정은 장기 매수 기회라고 조언하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희 연구원은 "외국인 지분율이 여전히 50%를 넘고 회사측이 2008년까지 주주이익 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이런 추세가 약화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선 완전히 해방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아이칸이 경영진을 압박하면서 주주이익 환원쪽으로 기울었던 경영전략의 핵심이 장기 성장성 확보를 위한 사업 확대로 옮겨갈 수 있다는 얘기다.

대우증권은 2008년 유입되는 현금은 주주에게 모두 돌려주기보다 회사의 '성장'에 도움이 될만한 사업에 투자될 것이란 의견을 내놓았다.

매도 주체는 아이칸이지만 매수 주체가 누구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 M&A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점도 일부 부담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매수 주체가 아이칸과 연대를 구축했던 스틸파트너스는 아닌 것으로 관측되고 있지만 확실히 파악될 때까지는 기다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아이칸측의 공격으로 KT&G의 주주 정책이 강화된 측면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M&A 모멘텀이 사라졌다는 점이 단기적으로 주가에 압력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