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가 대만으로 몰리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난 2000년말 8.8%에 불과했던 외국인 보유 비중이 2004년 말에는 23.2%, 올해 11월 말 현재 34.2%를 넘어섰다.

대만과 한국은 준선진국이라는 구조적인 상황과 IT 비중이 높은 산업구조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이유로 외국인들의 순매수가 대만에서만 지속되고 있는 것일까?

대우증권은 5일 이에 대해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증권사 이건웅 연구원은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되면서 대만 증시가 활황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외국인의 투자 규제를 완화하고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함으로써 외국인들이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외국 사모투자펀드(PEF)의 대만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도 활발한데, 지난 7월 칼라일 그룹의 이스턴 멀티미디어 매입과 뉴브릿지 캐피탈의 타이신 금융지주 지분 23% 매집, 10월 MBK 파트너스의 차이나 네트워크 시스템 지분 60% 획득 등이 대표적인 예"라고 덧붙였다.

대만은 외국 자본의 M&A에 대해서도 우호적인 것으로 보이는데, 천수이벤 총통이 칼라일의 ASE인수와 관련 "외국 투자자들이 대만의 IT산업과 증시에 대해 신뢰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언급한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연구원은 "외국계 자본이 대만 기업을 인수하면 외국계 기업으로 분류돼 현재 자산의 40% 이상 해외에 투자할 수 없다는 규제를 탈피할 수 있다"며 "결국 중국 투자 활성화를 통한 비용 감소와 생산성 향상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고 판단했다.

현재 '메이드 인 타이완'을 부착하고 있는 제품의 40%가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IT제품의 70%가 중국에서 생산 및 수출되고 있다는 게 이 연구원의 분석이다.

배당수익률도 매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원은 "배당수익률의 경우 대만이 지난해 중반 4.3%, 현재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3.8%를 기록하고 있어 한국의 1.6% 보다 2.2% 포인트 높다"고 지적했다. 절대적인 배당수익률만 보더라도 대만 증시가 매력적이라는 얘기다.

기술주에 대한 실적 개선 기대감도 높은 것으로 전망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CEO 스티브 발머가 '윈도우 비스타로부터 파생되는 IT 수요는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언급했듯이 기술주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감이 크다는 것.

이 연구원은 "한국 IT가 반도체와 LCD, 휴대폰에 한정돼 있으나, 대만의 경우 PC, 주변기기, 마더보드 등 다양한 IT제품군을 포함하고 더 많은 IT기업들이 있어 IT업황 개선시 증시에 레버리지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근 주가 상승과 외국인 지분율의 급속한 확대에도 불구하고 외국인들의 대만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당분간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매수가 산발적으로 나타날 수는 있겠으나, 한국 증시가 지속적인 외국인 매매에 의해 상승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게 이 연구원의 관측이다.

한경닷컴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