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인 A씨는 D램 가격 반등으로 대형 반도체주들의 주가가 반등하자 지난 9월부터 삼성전자하이닉스에 대한 투자를 늘려나갔다.

이후 주가는 A씨가 바라는 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9월 말부터 뜻밖의 변수가 터져나왔다.

북한 핵실험이 악재로 작용하면서 실질적으로 국가대표주인 대형 IT주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은 것이다.

이후 나머지 종목들은 충격에서 벗어났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내리막은 계속됐다.

A씨는 수익금은 물론 원금까지 까먹게 됐다.

반도체 산업의 전망은 밝지만 '북핵'이라는 뜻밖의 변수가 대형주를 괴롭힌 것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반도체 섹터ETF(상장지수펀드)를 샀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대형주들이 조정을 받는 와중에도 반도체 업종 ETF는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외부 변수들로 인해 증시 향방을 가늠하기 어려운 최근과 같은 장세에서는 섹터ETF가 효과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 개별 종목의 위험성을 줄인다

ETF는 주식과 펀드의 장점이 결합된 상품이다.

인덱스펀드의 일종이지만 증시에 상장돼 일반종목처럼 거래가 가능하다.

섹터ETF는 ETF중에서도 특정 업종에 맞춰 개발된 상품이다.

예를 들어 반도체 섹터ETF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을 비롯해 삼성테크윈 네패스 서울반도체 코아로직 엠텍비젼 심텍 신성이엔지 KEC 소디프신소재 등 총 20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세미콘지수를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자동차 업종도 현대차기아차를 비롯해 각 부품업체들로 구성된 KRX자동차지수를 추종한다.

이에 따라 섹터ETF 주가는 전체 업종의 흐름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때문에 개별업종에서 나올 수 있는 악재,예를 들어 분식회계 등 사건·사고나 파업,수급상의 문제 등이 터져나오더라도 손실이 반영되는 폭은 줄어들게 된다.

섹터ETF는 지난 6월 7개 종목이 선보인 이후 투자자들의 관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말 현재 ETF 시장규모가 1조원을 돌파한 것도 섹터ETF의 힘이다.

3~4년간 정체를 보이던 ETF시장은 섹터ETF가 나온 6월 이후 가파른 증가세를 나타냈다.

◆ 수익률 대표주 추월

섹터ETF의 최근 수익률은 같은 업종 시가총액 상위종목의 수익률을 웃돌고 있다.

실질적으로 섹터ETF가 업종 대표주의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체 업종을 예로 들면 최근 두 달간 삼성전자의 주가는 3.5% 하락했다.

반도체 경기 턴어라운드 기대감으로 오르던 주가는 10월 이후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4.5% 내렸다.

반면 TIGER반도체는 4.5% 상승한 상태다.

KODEX반도체도 2.0% 올랐다.

대표주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업종의 중소형종목들이 주가를 떠받쳐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었다.

섹터ETF의 안정성은 다른 업종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자동차 부문에서도 대표주인 현대차가 최근 두 달간 4.0% 하락했지만 자동차 부문 섹터ETF인 KODEX자동차는 2.2% 올랐다.

은행 부문에서도 섹터ETF의 수익률이 국민은행 등 은행 업종 대표주를 웃돌고 있다.

수수료가 싼 것도 장점이다.

국내 주식형펀드의 수수료가 보통 연 2% 정도인 데 비해 ETF는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이 0.52%에 불과하다.

환매수수료 거래세 등도 물지 않는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


< 주목받는 기타 파생상품 >

최근 북핵 쇼크에 따른 증시 폭락 속에 일부 파생상품이 고수익을 거두면서 파생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파생상품은 주식현물을 기초로 만들어진 투자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 외 주가연계증권(ELS)과 주식워런트증권(ELW) 등이 있다.

ELW는 특정 주식을 미리 정한 가격(행사가격)으로 미래 일정시점(만기일)에 사거나 팔 수 있는 권리로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돼 주식처럼 거래된다.

콜 워런트는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풋 워런트는 반대로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예컨대 특정 종목의 주가 상승이 예상되면 소액 자금만 투자해 관련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만 산 뒤 차익을 올릴 수 있다.

하락장에서도 재미를 볼 수 있고 레버리지 효과가 커 적은 돈으로 고수익을 노릴 수 있다.

특히 급락장에선 풋 ELW 투자자들의 경우 큰돈을 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ELW시장 하루 거래대금은 3500억원 안팎,거래량은 4억~5억주에 이른다.

ELS는 기초자산이 정해진 만기에 설정 당시의 조건을 만족할 경우 고수익을 돌려주는 주식파생상품이다.

투자금의 일정 부분을 채권에 넣어 투자의 안정성을 높이고 일부는 개별주식과 연계,수익률 향상을 꾀한다.

그러나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