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대해 방어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외국계증권사의 주문이 잇따르고 있다.

북한 핵으로 조정의 방아쇠가 당길 수 있다는 지정학적 불안 요인을 언급하는 가운데 시장 전망보다 거시경제나 기업이익 성적표가 부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

9일 크레디스위스(CS)증권은 테크 업종에 대한 투자비중을 중립으로 낮추고 증시 전반적인 방어적 입장 유지를 권고했다.

CS는 "메모리부문의 공급과잉 신호와 정점을 치고 있는 글로벌 성장성 등을 반영해 한국 테크 업종에 대한 의견을 낮춘다"고 설명했다.상대적인 수익률 격차가 좁혀진 점도 감안.

CS는 "다만 기저효과나 완만한 상대가격 등으로 고려할 때 기술업종이 급락할 것 같지는 않다"며"순수 메모리업체 비중을 줄이고 대신 非메모리나 사이클 특성이 약한 섹터로 이동할 것"을 조언했다.

국내 펀드흐름이 큰 폭의 하강을 막아줄 수 있으나 글로벌 경기나 국내 소비 경기를 의식, 방어적 포지션에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당부했다.통신과 필수소비재,보험을 주요 비중확대로 추천.

모건스탠리는 북한 핵 변수를 부정적 요소로 지목했다.

모건스탠리는 "이번 북핵 위협의 영향은 2003년보다 더 크고 오래갈 수 있다"며"최근 랠리로부터 조정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관련 국내 투자자들은 물론 외국인의 이탈도 가속화될 수 있다고 예상.

모건은 "지난 2003년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배율은 6~7배라는 매력적 승수를 갖춘 가운데 글로벌 저금리 환경하에서 신흥증시로 자금이 속속 들어오던 때였다"고 상기했다.그에 따라 35%였던 외국인의 지분율은 44%까지 치솟은 것.

그러나 현재의 자금흐름은 신흥 증시에 중립적이며 한국에는 부정적 모양새까지 띠고 있다고 파악하고 비록 37%까지 외국인 보유율이 떨어졌으나 35%에 도달할 때까지 더 빠져나갈 것 같다고 관측했다.

MSCI기준 주가수익배율도 11.3배로 2003년대비 매력 상실.

따라서 투자자들은 대형주를 떠나 현대백화점이나 동부화재,한라공조,LIG손배보험,소형 은행주 같은 중소형 가치주로 이동하는 방어적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추천했다.연말이 다가오는 점을 감안해 SK텔레콤이나 KT,한국전력 등 배당 유망주도 유효.

한편 골드만은 미국이나 한국 등 증권시장에 반영돼 있는 경제 전망보다 더 안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드만도 외국인투자가들이 추가적으로 4조원 가량 추가 매도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풋옵션 매수를 활용한 신중한 자세를 주문.

우선 미국 증시부터 약 4%의 경제 성장률을 반영시켜 놓고 있으나 이는 자사의 미국 성장률 예상치보다 높다고 비교했다.즉 미국 증시의 성장률 기대감이 약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미국 소비둔화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수 등을 발판삼아 아시아가 脫동조화를 할 수 있으나 아직 검증을 거치지 않은 이론이라고 평가했다.미국의 소비가 실제적으로 둔화될 때 드러나게될 아시아의 저항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뜻.

골드만은 "한국 자체적으로도 성장 모멘텀이 고점을 치고 아래쪽을 향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 긴축등이 중소기업이나 가계를 중심으로 압박, 약해진 내수를 더 옥죌 수 있다"고 우려했다.골드만은 이미 내년 GDP 성장률을 4%로 올해 4.6%보다 크게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의 기업이익 사이클이 3분기부터 회복를 시도할 수 있으나 글로벌-한국의 거시모멘텀 약화 등이 짓누를 수 있는 만큼 내년 기업수익 추정치도 재차 깎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기업이익 사이클의 상승턴이 내년 2분기 중반까지 구체화되기 힘들 수 있다는 예상.

외국인투자가들이 추가적으로 4조원 가량 더 이탈할 수 있는 반면 지난해와 달리 적립식펀드로 들어오는 유입 속도는 둔화, 외국인의 매물 소화 여력은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지난 7월말 10% 선이었던 국내 기관의 현금 비중이 5%까지 떨어진 상태.

골드만은 "완만한 성장 둔화나 유가 급락은 증시에 나쁘지 않은 재료이며 코스피의 폭락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나 앞서 언급한 것 처럼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안좋은 지표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시장 중립적 전략을 끌고 가야 한다"고 권고했다.

풋옵션 매수를 활용하고 주식 투자도 상대적으로 가치 우수한 곳을 공략하는 방법을 제시.

한경닷컴 박병우 기자 parkb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