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귀성길 주식을 들고 갈 지 팔고 갈 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기회가 있다.

징검다리 연휴 중간인 4일 장이 열리기 때문이다.

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번 추석은 연휴 기간이 긴데다 연휴 직후로 예정된 실적발표, 옵션만기, 금융통화위원회 등 안팎의 굵직한 이벤트들로 인한 증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커 투자 전략을 짜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보유 주식을 선뜻 현금화해 '속 편한' 추석을 보내는 것이 상책인 듯 싶지만 연휴 이후 주가가 오르면 매수 기회를 놓칠까 망설여진다.

시장 전문가들에게 물어봐도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연휴 이후 증시 전망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연휴 이후 상승장이 지속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추석 이후까지 들고 가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있는가 하면 연휴 이후 약세장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주식 비중을 가급적 줄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 "팔고 가는 게 상책"

주식 비중을 줄일 것을 주문하는 전문가들은 연휴 이후 증시가 하락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증시의 반등이 자력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외국인의 선물 매수로 인한 프로그램 매매의 힘이 컸던 탓에 이로 인한 수급 불안정이 추가 상승에 부담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잠재 매물로 간주되는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현재 사상 최고 수준인 2조5천억원에 육박해 연휴 직후 옵션만기일을 전후해 대규모 매물로 돌변할 가능성이 있다.

또 연휴 이후 본격화되는 3.4분기 어닝시즌에서 국내외 기업들의 실적호전이 예상되지만, 최근 주가가 반등하는 동안 이미 충분히 반영된 상태여서 추가적인 상승을 이끌만한 호재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미국 증시가 순항하고 있지만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최고치 돌파를 앞두고 조정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연휴 이후 국내 증시의 약세를 점치게 만드는 요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원은 "추석 이후 최근 주가를 끌어올린 강세 요인들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주식시장이 쉬어갈 가능성이 높고 4.4분기 전망도 그리 밝은 편이 아니다"며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이미 주가 반영된 상태기 때문에 어닝서프라이즈가 연출되지 않는 한 실적 발표가 차익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오 연구원은 "때문에 주가 상승폭이 크고 밸류에이션 매력이 뒤처지거나 실적 전망이 불투명한 종목들을 중심으로 보유 주식 비중을 최대한 줄인 채 추석을 넘기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들고 가도 무방"

그러나 추석 이후 강세장을 기대하는 시장 전문가들은 보유 주식을 유지한 채 추석을 보내도 무방하다고 충고한다.

이 같은 견해차는 주로 3.4분기 실적이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동력 삼아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판단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아울러 이들은 누적된 매수차익거래 잔고로 인한 수급 부담이나 미국 등 해외 증시 쪽의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의 상승 흐름을 훼손할 만한 걸림돌로 부각되지는 않을 것이란 데 무게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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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신영증권 연구원은 "추석 이후 증시 방향을 결정지을 최대 변수는 기업 실적이며 수급 등 나머지는 종속적인 변수들"이라며 "최근까지의 주가 상승은 실적개선 기대감보다는 인플레이션이나 긴축 리스크 해소가 주된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실적이 추가적인 상승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어 "옵션만기를 앞두고 프로그램 매물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실적 호전으로 상승 분위기가 확산될 경우 지난달 트리플위칭데이(선물.옵션 만기) 당시와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며 "게다가 연휴로 국내 증시가 쉬는 동안 해외시장에서 특별히 악재가 돌출할 가능성은 낮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9월 국내 수출액과 월간 자동차 판매 실적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점을 감안할 때 환율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자동차, IT, 조선 등 수출주의 선전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참았다 조정시 매수 기회로"

한편 추석 이후 증시 불안이 예상돼 성급한 매수는 자제할 필요가 있지만, 4.4분기 증시 전망은 낙관적이기 때문에 추석 이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저가 매수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부장은 "10월 증시는 전약후강의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본다"며 "추석 직후 단기적인 수급 불안으로 증시가 흔들릴 수 있지만,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중국 공상은행의 기업공개(IPO)가 마무리되면서 외국인의 매수 전환 가능성이 높고 실적 및 경기 회복과 맞물려 증시가 다시 안정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조 부장은 이어 "추석 이후 수급 불안으로 매수 기회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나치게 서둘러 주식을 살 필요가 없다"며 "매수 시에는 반도체, 조선, 자동차, 기계, 증권 등 4.4분기 업황 호전이 예상되는 업종과 3.4분기 실적호전, 연말 배당투자, 자산가치 저평가 종목들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주문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