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내린 짙은 안개가 가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14일 오전 시장에서 가까스로 코스피 1,200선 붕괴우려에서 벗어났지만 지속되는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 세계 증시를 짓누르고 있는 글로벌 금리인상과 경기둔화 조짐 등을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바닥확인'이라는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든 탓이다.

◆ 외국인 매도세 지속될 듯.."위기는 기회" = 일단 증시 주변에서는 이달 초순 한 때 진정되는 듯 했다 재개된 외국인의 매도행렬이 단기간내 멈출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삼성증권은 이날 뉴욕과 런던, 홍콩 현지법인을 통해 파악한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을 토대로 외국인들이 당분간 서울 증시에서 '중립'이하의 시각을 보일 것이며 이런 상황이 최소한 이달 28일(현지시간) 있을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개최시점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신흥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투자자들의 선호가 바뀐 데다 미국의 금리인상, 세계 경기 둔화우려가 외국인들의 행보 전환에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황금단 애널리스트는 "해외투자자들이 처음에는 인도와 러시아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팔았는데 이렇게 되자 이머징 마켓펀드의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국에서도 함께 팔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금리인상이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퇴색되자 주식은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금융자산 전체로는 주식에서 현금 및 채권쪽으로 움직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할 만한 전략으로 삼성증권은 '히딩크식 용병술'을 제안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이나 이번 독일월드컵 호주-일본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낸 히딩크 감독의 핵심전략, 곧 '결정적 시점에서의 선수교체' 아이디어를 이용해 볼 만 하다는 게 삼성증권의 제안이다.

황 애널리스트는 "주식비중을 줄이지 못한 투자자들은 고통이 크겠지만 추격매도에 가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외국인 매도가 무한정 계속되기 어렵고 하반기 기업이익 개선으로 수익을 올릴 기회가 있으므로 수비(매도)보다는 선수교체를 통한 공격(매수)에 나서는 용기가 필요해 보인다"고 진단했다.

◆ 낙폭 과대에 '싼 맛'도 매력 한 몫 = 추격 매도 가담보다는 교체 매매의 유용성을 뒷받침하는 가장 주된 근거는 단기간 급락으로 발생한 가격 메리트다.

한 껏 치솟았던 주가이익비율(PER)이 주가 급락으로 조정을 받으면서 최소한 "너무 비싸 진입이 어렵다"는 부담은 상당부분 완화됐기 때문이다.

실제 MSCI 지수와 편입종목을 기준으로 보면 한국 증시의 PER가 12개월 예상 주당순익(EPS) 기준 9.0배 수준으로 2003년 이후 평균치인 8.1배에 근접한 상태다.

그만큼 추가 급락의 가능성이 많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동양종금증권 김미연 애널리스트는 "과거 역사적 PER 변동범위의 하단은 6∼7배 수준이나 바닥이 2004년 이전 6배에서 이후에는 7∼8배로 높아진 점을 감안할 때 가격부담은 경감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현 주가수준이 아직 바닥을 찾았다고 보기는 이르다"고 전제했지만 "한 템포만 쉬어준다면 전반적으로 상당히 매력적인 밸류에이션 영역에 진입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