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이달 들어서만 7천억원 이상의 자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그동안 국내 주식형펀드 시장을 주도해 온 미래에셋 주요 대형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증시 전문가들은 그동안 증시침체에 따른 수익률 하락으로 마음고생을 하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손실이 어느 정도 만회되자 환매에 나선 것으로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이들 자금 중 일부가 해외펀드 등으로 옮겨가면서 자연스럽게 분산투자가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일주일새 7천억원 이상 `썰물'= 13일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11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263개(설정규모 50억원 이상)를 대상으로 지난달말 대비 설정잔액 증감 현황을 파악한 결과 7천236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업일 기준으로는 6일 만에 빠져나간 것으로, 하루 평균 1천206억원이 감소한 셈이 된다.

특히 적립식펀드들이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처럼 설정규모의 순감이 발생한 것인 만큼 실제 환매규모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감소규모가 큰 펀드는 칸서스의 `칸서스하베스트적립식주식1'로 무려 1천51억원이 줄었으며 이어 랜드마크의 `랜드마크1억만들기주식1'(-610억원), 우리의 `우리코리아블루오션주식1클래스A'(-444억원), 미래에셋투신운용의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382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375억원) 등 순이었다.

칸서스 관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 사이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 가운데 환매자가 많았다"며 "비교적 높은 지수대에 펀드에 가입, 그동안 손실을 기록했던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가 회복세를 보이자 손실만회 차원에서 환매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같은 기간 1억원이라도 설정잔액이 늘어난 펀드는 전체의 14%인 37개에 불과했다.

이중 PCA의 `PCA베스트그로쓰주식A1클래스F'와 `PCA베스크그로쓰주식1클래스A'가 각각 433억원과 291억원이 늘었으며 이어 대한투신의 `대한퍼스크클래스에이스주식'이 146억원이 늘었다.

◇ 미래에셋, 국내 주식펀드서만 1천800억 이상 감소= 같은 기간 미래에셋 주식형펀드 29개의 설정잔고에서 총 1천812억원이나 감소했다.

이는 전체 감소규모의 25%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전체 29개 펀드중 절반이 넘는 16개 펀드가 1억원 이상 감소했으며 증가한 펀드는 7개에 불과했다.

`미래에셋3억만들기솔로몬주식1'과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형1'이 가장 많이 감소했으며 이어 `미래에셋솔로몬주식1'(-329억원), `미래에셋인디펜던스주식2'(-185억원), `미래에셋디스커버리주식형'(-135억원) 등 순이었다.

한편 수익률이 저조한 주식형 펀드들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일부 증권사에는 특정펀드의 운용결과에 대한 해명자료를 별도로 만들어 각 영업점에 내려보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 환매자금, 일부 해외펀드 등으로 분산투자된 듯= 전문가들은 이처럼 국내주식형에서 빠져나온 자금 가운데 일부가 최근 수익률이 높은 해외 주식형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정했다.

한국펀드평가 이동수 연구원은 "환매자금의 일부가 해외펀드로 갈아타고 있는 조짐이 보인다"면서 "그동안 주식형에 쏠렸던 자금이 자연스럽게 분산투자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해외 주식형펀드를 포함하는 전체 주식형펀드의 설정잔액 감소규모는 3천74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3천496억원은 해외 주식형펀드 등에 재투자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와 관련, 미래에셋 계열 해외주식형 펀드 14개 펀드에는 같은 기간 1천86억원의 신규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