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칸측 후보인 리히텐슈타인이 KT&G 경영진에 합류함으로써 양측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됐다. 아이칸측의 향후 경영 간섭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리히텐슈타인은 앞으로 회사 경영 전반에 걸친 다양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고 이사회 결의 사항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전체 12명의 이사진 중 1명이라는 점에서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주총에서 증명됐듯 상당수 외국인 주주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있는 만큼 KT&G 경영진도 무시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트로이의 목마' KT&G에 입성 전문가들은 아이칸측 사외이사 숫자는 의미가 없다고 분석하고 있다. 경영진에 참여하게 된 것만으로도 상당한 파급 효과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성보경 프론티어M&A 회장은 "KT&G에 도청기를 심어놓은 셈"이라며 "'트로이의 목마'를 통해 이사회 결의 내용을 즉각 파악할 수 있고 경영에 관련된 내부 정보도 쉽사리 손에 넣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 회장은 "아이칸은 회사 내부 정보를 파악해 향후 공격에 활용하면서 이사회 결의 내용이 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곧바로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주장해온 인삼공사의 분리상장이나 보유 부동산매각 등의 요구가 더 거세질 것이라는 얘기다. 아이칸측 지지 세력의 응집력이 예상 외로 강하다는 점도 KT&G측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곽영균 대표는 해외 IR(기업설명회)를 다녀온 직후 양측 지지 세력이 40 대 35 정도로 KT&G가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양측의 지지 세력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의결권 자문업체인 ISS 등이 잇따라 아이칸측 이사를 지지한 데다 KT&G 경영진이 자사주 매각을 검토한다는 점도 외국계 지지층 확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아이칸 다음 행보는? KT&G는 아이칸측 사외이사가 선임됨에 따라 향후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상했던 결과'라며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이제부터 아이칸의 공세가 가시화될 것'이라면서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장 아이칸이 공개 매수 등 직접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내다보고 있다. 일단 1부 능선을 넘은 만큼 경영 간섭을 통해 추가 요구 방안을 모색할 확률이 높다. 굿모닝신한증권 박동명 연구원은 "아이칸이 공개 매수로 20% 정도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면 정부로서도 뭔가 대응책을 내놓을 것이고 국민 여론도 안 좋아지게 된다"며 "아이칸측으로서도 최대주주 자리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아이칸측의 목표는 경영권보다는 차익 실현에 있는 만큼 소버린 식으로 장기전을 벌이면서 주가를 최대한 끌어올린 후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KT&G 경영진과의 타협점을 찾지 못하면 임시주총이나 내년 정기주총에서 추가적인 이사 선임을 요구하리란 예측도 배제할 수 없다. 아이칸측으로서는 이번 주총에서 지분 경쟁을 통해 '해 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긴 상태다. KT&G의 자사주 매각 가능성 등을 흘리며 외국계 주주들의 환심을 산 뒤 내년에는 이사 수를 늘려 나간다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정종태·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