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 인수합병(M&A)시장의 `대어(大魚)'로꼽히는 대우건설의 현장실사가 6일부터 재개되면서 매각이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6일 자산관리공사 등에 따르면 이달 말 현장실사가 끝나는대로 일주일간의 최종 의사결정 기간을 거쳐, 4월 둘째주 본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본입찰에 참여할 6개 컨소시엄과 재무적 투자자와의 본격적인 짝짓기 경쟁에 시동이 걸렸다. 또 자산관리공사가 채권단 소유 지분을 전량 매각할 수 있다고 밝힘에 따라 인수금액이 국내 기업매각 사상 최고가를 경신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인수전 본격 시동= 실사가 재개되며 최종입찰 대상자로 선정된 6개 전략적 투자자와 금융기관 등의 `짝짓기' 경쟁이 본격 점화됐다. 현재까지 컨소시엄의 얼개가 공개된 곳은 유진그룹과 프라임그룹 정도. 유진그룹은 신한, 하나은행이 `신디케이트론(두 개 이상의 은행이 은행단을 구성해 일정금액을 빌려주는 중장기 대출)' 방식으로 1조5천억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프라임그룹은 지방의 3-4개 건설사와 시행사, 농협과 우리은행을 파트너로 끌어들였다. 삼환기업은 외환은행이 인수금융 지원을 검토중이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산업을 주축으로 국민은행, 산업은행 등과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는 최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두산그룹, 유진그룹중 한개 컨소시엄에 최고 5천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고, 교원공제회나 지방행정공제회 등도 복수의 컨소시엄으로부터 제의를 받고 투자처를 물색중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최근 투자할 컨소시엄을 확정하려는 재무적 투자자의 행보가 빨라졌다"며 "이달 중순경이면 컨소시엄의 짝짓기가 거의 마무리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들의 장외 홍보전도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6개 컨소시엄중 모회사 규모가 가장 작은 프라임그룹은 예비입찰 참여와 동시에 회사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공중파 광고를 펼치고 있고, 지난해에는 위성복 전 조흥은행장을 자회사 이노츠의 회장으로 영입해 경영고문을 맡기는 등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이 언론을 통해 대우건설 인수를 선포하고 자신감을 피력하고 있으며, 유진그룹은 기업설명회 등에서 대우건설 인수의 필요성과 시너지 효과를 알리고 있다. 반면 대우건설 노조의 반대와 `형제의 난' 뒤끝이 남아 있는 두산그룹은 대우 인수에 관한한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며 `비밀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사상 최고가에 팔릴까= 자산관리공사는 당초 채권단 지분 72.1%중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0%+1주'만 팔기로 했으나 예비입찰 때 '최소 50%+1주에서 최대 72.1%까지'로 바꿔 나머지 22.1%도 매각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에 따라 최종 인수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전망이다. 현재 대우건설의 시가총액은 4조3천억원선으로 당초 `50%+1주' 가격에 경영권 프리미엄, 6개 컨소시엄의 과열 경쟁 등을 감안할 경우 인수금액이 3조-3조5천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채권단이 시가로 1조원에 달하는 22.1%의 지분도 팔기로 하면서 인수대금이 4조-4조5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지난해 하이트가 진로를 인수할 당시 국내 기업매각 사상 최고가로 소개된 3조4천억원대를 뛰어넘는 것이다. 22.1% 지분 매입이 의무사항은 아니지만 인수경쟁에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이 지분을 사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특히 50%+1주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을 제시하고, 나머지 22.1%도 시중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낼것으로 예상돼 최고가 경신이 어렵지 않다는 분위기다. ◇부실매각 우려도= 인수대금이 높아지며 부실매각 논란도 도마위에 올랐다. 유력 후보군으로 꼽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 프라임그룹, 유진그룹 등은 자체 자금으로 1조-1조5천억원을 조달하고, 나머지는 금융기관 등 재무적 투자자와 외부 차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경우 차입금이 3조원을 넘어서면서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금융비용 증가는 결국 매각후 대우건설의 재무구조 악화, 부실매각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이 과도한 차입금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컨소시엄 관계자는 "채권단 지분을 일괄 매수한다는 것은 솔직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며 "채권단이 인수전이 과열된 틈을 이용해 비싼 값에 파는데만 혈안이 돼 있다"고 지적했다. 지분 일괄 매각 방식이 향후 대우건설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신증권 조윤호 연구원은 "인수회사의 입장에 따라 다르겠지만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50%+1주'외 나머지는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꺼번에 매물이 쏟아질 경우 물량 충격으로 주가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특히 재무적 투자자와 외부 차입금이 많을수록 대우건설이 다시 매물로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는 점도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B컨소시엄 관계자는 "입찰가가 너무 높아진다면 대우건설과 인수회사에 모두 부담이 된다"며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번에 고가 응찰하지 않고 2-3년후 재매물로 나올 때를 노려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