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한국 증시의 상승세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과 달리 해외 증시는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는 곳이 많다. 펀드수익률도 국내 펀드(주식형)는 마이너스로 떨어지는 등 불안한 상태지만,해외 펀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투자자들의 후각은 예민해 이 같은 변화는 해외투자의 증가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해외투자펀드 설정액(파생상품 연계 펀드 제외)은 작년 말 4조3260억원에서 지난달에 최근 5조원대로 올라서는 등 급성장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문가인 펀드매니저들이 운용하더라도 수익률이 시장의 전반적 움직임으로부터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며 "상대적으로 활황세를 보이고 있는 해외투자펀드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해외펀드로 분산투자 효과 극대화투자의 기본은 분산이다. 하나의 상품을 특정 시간에 산다면 위험은 그만큼 커진다. 여러 개의 상품을 시차를 두고 매수하는 것이 위험분산의 기본이다. 주식투자의 경우 적립식으로 투자한다면 시간분산은 된 셈이다. 주가가 오르든 내리든 시차를 두고 꾸준히 매입해 나간다면 투자위험은 크게 낮아진다. 남은 것은 투자대상의 분산이다. 한국증시의 상장주식만 투자한다면 우리 증시가 무너지는 리스크를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그래서 나오는 개념이 해외 분산투자이다. 물론 각국 증시가 동조화되는 속성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지역적인 편차는 많다. 최근 한국증시의 조정과 세계증시의 상승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50% 안팎의 고수익을 냈던 주식형 펀드들은 올 들어 평균수익률이 -3.58%(2월24일 현재)로 바닥을 헤매고 있다. 반면 해외투자펀드는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추세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130여개 해외펀드의 올 수익률(달러화 기준)을 지역별로 보면 유럽이머징마켓 20.99%를 비롯해 중국 20.37%,남미 19.83%,홍콩 9.34%,아시아태평양(일본 제외) 6.58% 등으로 고공비행 중이다. 한국운용 김상백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해 너무 급하게 오른 한국증시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반면 세계경제의 견실한 성장전망으로 해외증시는 안정적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율변동 위험을 회피하는 게 기본 해외펀드는 크게 국내 운용사가 선보인 '해외투자펀드'와 메릴린치 피델리티 등 해외 유수의 운용사가 한국에서 판매 중인 '역외펀드'로 나눌 수 있다. 평균적인 수익률 측면에서는 역외펀드가 약간 우세하다. 아무래도 국내사들이 해외 운용에 대한 노하우가 부족한 탓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엔 미래에셋자산운용 대투운용 등 수익률에서 역외펀드와 당당히 겨루는 곳도 많아졌다. 또 개별증권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일반펀드가 있고,해외펀드 자체를 투자대상으로 삼는 '펀드오브펀드(FOF)'도 있다. FOF는 '재간접펀드'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펀드오브펀드는 실적이 검증된 우수한 펀드만을 엄선해서 고르기 때문에 이 역시 분산투자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수많은 해외펀드 중 어떤 상품을 골라야 할지 어려울 때도 펀드오브펀드는 고민을 줄여주는 한 방법이다. 다만 한 단계의 투자절차를 더 거치기 때문에 일반펀드보다 수수료가 더 들고,펀드를 해지할 때 시간도 더 걸리는 게 단점으로 지적된다. 해외펀드 투자시는 환율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헤지)하는 게 투자포인트다. 원화가 지금처럼 강세를 보일 경우 투자대상국 통화로는 수익이 나지만 원화로 환산하면 손해를 보는 경우가 생긴다. 실제 지난 1월 한 달간 일본펀드 평균수익률은 3.03%였지만,원화기준으로는 -1.04%이다. 국내사가 운용하는 상품은 대개 펀드 자체에서 환위험을 헤지한다. 하지만 역외펀드 가입시는 판매사를 통해 환율헤지를 미리 주문하는 게 좋다. 해외펀드는 국내펀드와 마찬가지로 월 10만~20만원의 소액 적립식 투자도 가능하다. 또 해외펀드를 가입할 때는 지역선택이 중요하다. 미국 푸르덴셜금융 국제투자자문(PIAA) 존 프라빈 상무는 "올해 세계 경제와 기업실적은 양호할 것"이라며 "일본과 신흥증시를 중심으로 위험을 분산하며 주식투자를 늘려야 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