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좀처럼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1,400선 아래로 밀려난 코스피지수는 급등락 과정을 거친 뒤 이달 3일 이후 1,340∼1,310의 박스권에 갇힌 채 갈지(之)자 행보를 거듭하는 모습이다. 코스피지수는 15일 시장에서도 국제유가 하락과 뉴욕증시 급등에 힘입어 강세로 출발했으나 기관 매물이 쏟아지자 힘없이 약세권으로 밀려났다. 전문가들은 일단 코스피지수 1,300선에 대한 지지력은 확인되고 있으나 마땅한 상승 모멘텀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어서 상당기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중기 데드크로스 발생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개장초부터 중기 추세선인 20일 이동평균선이 60일 이동평균선 아래로 내려가는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했다. 오전 10시50분 현재 코스피지수 20일선(1,342.17)은 60일선(1,346.06) 밑에 머물고 있으며, 100포인트 이상 폭등하지 않는 한 종가 기준으로도 데드크로스가 유지된다. 20일선과 60일선간 데드크로스는 주로 단기 급락 후 발생하는데, 이는 기술적으로 증시의 중기 추세가 조정국면으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대신증권 성진경 애널리스트는 "증시는 데드크로스 발생 이전에 낙폭이 컸다가 이후에는 전반적인 약세국면에서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면서 "향후 증시는 가격 조정보다는 기간 조정의 형태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번 데드크로스의 경우 코스피지수가 전고점 대비 6% 가량 하락한 시점에서 발생했으며, 과거 경험대로라면 추가 조정폭이 6% 미만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불활실성 여전 현재 증시 주변에서는 마땅한 상승 모멘텀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서 기업들의 실적 기대감도 많이 훼손됐다. 오히려 금리 관련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당초 1.4분기로 예상됐던 미국의 금리인상 종결 시점이 연장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5,16일(현지시간) 예정된 하원과 상원 연설에서 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경우 3월에 이어 5월에도 FRB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증시의 유동성 축소로 이어질 소지가 크다는 게 증시 주변의 우려다. 아울러 그동안 반도체 경기를 주도했던 낸드 플래시가 최근 급락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1,300선 지켜질까 코스피지수의 최근 흐름은 1,300선에 대한 지지력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한국투자증권 강성모 애널리스트는 "지난 한달간 추이를 볼 때 1,300선이 어느정도 믿음이 가는 지지선으로 생각된다"면서 "과거 강세장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고점 대비 15∼20%의 하락은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1,300선을 하향 돌파하더라도 그리 겁먹을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있다. 한양증권 홍순표 애널리스트는 "투자심리를 호전시킬만한 뚜렷한 반등 모멘텀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코스피지수 1,300선과 코스닥지수 640선에서 지지를 재시험 받을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관투자가의 시장 안정판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의 방향성을 예단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면서 "프로그램 매수세의 유입을 통한 반등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