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에 대한 경영참여를 선언한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최종 목표가 어디에 있는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이칸이 소버린 펀드처럼 주총 이후 곧바로 단기 차익을 챙기고 물러날 가능성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경영권을 장악할 가능성을 제기하 고 있다. 그러나 아이칸은 KT&G 지분의 중장기 보유로 현 경영진을 압박, 최대한의 차익 을 노릴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아이칸, 중장기보유후 매각 가능성 아이칸이 KT&G를 인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현재 보유 중인 지분(6.59%)만 놓고봐서는 현실적으로 아이칸 측이 KT&G의 경영 권을 인수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KT&G의 우호지분이 최대 30%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아이칸이 다른 외국 인 투자자와 급격한 연대가 없으면 M&A를 위한 지분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오는 3월 주총이후 적대적 M&A를 위한 세규합이 수월한 것도 아 니다. 일부 헤지펀드를 제외하면 KT&G의 외국인투자자들 대부분이 그동안 경영진의 주 주 가치 제고 노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 아이칸의 경영권 인수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아이칸의 움직임은 주식을 보유한 뒤 매각해 시세차익을 챙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금융센터는 최근 보고서에서 "아이칸은 이번 3월 주총 결과와 관계없이 추 가지분 매입과 우호세력 확대 등으로 경영진을 계속 압박, 주가를 상승시킨 뒤 KT&G 측에 지분을 매각하는 그린메일(Green Mail)을 선택하거나 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판 뒤 철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이칸이 자기편 사외이사를 선임하려는 것도 이런 맥락인 것으로 추정된다. 집중투표제는 개별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가 아니라 득표순으로 선임하기 때문 에 실제 투표에 들어가면 아이칸측이 최소 1명 이상 사외이사를 만들어낼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 양측 우호지분 어떻게 되나 현재 상태로는 KT&G측의 지분이 우세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KT&G 측 우호세력은 기업은행(5.85%)과 우리사주조 합(5.75%), 다른 국내투자자 및 '재팬 타바코'(Japan Tobacco) 지분 등 약 30% 정도 로 추정된다. 자사주 지분(9.94%)은 이번 주총에서는 의결권이 없으나 아이칸이 KT&G 지분을 계속 확대할 경우 KT&G도 우호세력에 자사주를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KT&G 우호세력 지분은 거의 40%까지 늘어난다. 의결권은 작년말 현재의 지분을 기준으로 하는 만큼 자사주 매각이 3월 주총에 는 별다른 영향을 못주지만 그 이후에는 힘을 발휘하게 된다. 아이칸쪽의 지분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KT&G측이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아이칸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6.59%)에 1대 주주인 프랭클린 뮤추얼 펀드(7.14%) , 뉴톤 인베스트먼트(0.53%), 제네시스 인베스트먼트(0.35%) 등 헤지펀드를 규합할 경우 15%가 조금 넘는 우호세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KT&G편이나 아이칸측이라고 볼 수 없는 나머지 지분 40% 정도가 어느쪽 손을 들어줄지 불확실하다는데 있다. 아이칸측의 이런 공격적인 움직임이 KT&G의 주가를 상승시킨다면 이들 중립적인 위치의 지분들이 아이칸에 동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가가 많이 올라 막대한 이익을 챙기는 것을 싫어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 KT&G, 해외 우호지분 확보에 적극 나서 KT&G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해 서둘러 해외에 나가는 이유는 이런 불확실성 때문 이다. 당초 곽영균 사장을 비롯한 KT&G 경영진은 이달 말께 해외투자자 설득을 위해 미국과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IR를 개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KT&G가 자사주 매각과 높은 배당성향 유지 등 주주 가치 제고에 힘써 온 만큼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없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곽 사장은 지난 9일 열린 국내 기업설명회(IR)에서 "외국인 주주들은 KT&G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확신하며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을 것이 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이칸 측이 위임장 확보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표 대결이 불가피하다고 판단, 서둘러 '주심(株心)잡기'에 나섰다. 이번 IR에서 KT&G측이 직접적으로 해외 주주로부터 위임장을 받아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10명 이상의 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확보(의결권 대리행사 권유제도)에 나서려 면 증권 거래법에 따라 법정 서류 제출 및 공시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KT&G 측은 이번 해외 IR에서 그동안 아이칸이 노렸던 기업들의 주주가치가 향상 됐는지, 아니면 실패했는지 등의 사례를 철저하게 분석, 투자자에게 제시하는 방안 도 검토하고 있다. KT&G 관계자는 "아이칸측에서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사외이사를 파견한 기업 중 기업가치가 올라서 아이칸이 성공적으로 팔고 나온 경우도 있지만 오히려 기업이 망 가진 경우도 있다"면서 "이 외 법률적인 문제 등도 다각적인 방향에서 검토 중 "이 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