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오는 가운데 주총을 준비하는 상장기업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그동안 주요 대기업 주총장에서 기업들과 첨예한 대립각을 세웠던 참여연대가 삼성전자 등 대기업 주총 불참을 선언해 올해는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주총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신규 임원을 선임하고 사업목적을 추가하는 등 사업확장을 겨냥한 정관 정비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이 사외이사 선임을 요구한 KT&G의 주총이 관심사로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총에서 어떤 요구를 내세울 지도 관심거리다. ◇ 참여연대 주총 불참에 `안도' 오는 28일 주총이 예정된 삼성전자는 작년 참여연대가 김인주 사장의 이사 재선임을 놓고 문제를 제기해 설전이 벌어졌던 점 등을 감안해 올해도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의 공격이 있지 않을까 적잖이 긴장했지만 참여연대가 대기업 주총에 참석하지 않을 방침을 밝힘에 따라 안도하는 눈치다. 그러나 작년 환율 하락과 유가 상승 등으로 경영 실적이 전년에 비해 악화된 데다 지난해 X파일로 불거진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이나 금산법 개정안 수용에 따른 경영권 방어 대책 등에 대해 소액 주주들이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마냥 긴장을 늦출 수는 없는 상황이다. 3월 10일과 17일 각각 주총이 예정된 현대차와 기아차도 그동안 "정의선 기아차 사장의 글로비스 상장 차익은 부당이득"이라는 등의 주장을 펴온 참여연대가 주총 불참의사를 밝힘에 따라 논쟁이나 주총장 격돌 등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현대차의 경우 주가가 작년 이맘때 5만8천원선에서 최근 8만2천원대로 올랐고 기아차도 작년 주총 당시 1만원 초반대에서 최근 1만9천원선으로 올라 소액주주들의 항의나 반발이 크지 않을 것으로 회사측은 내다보고 있다. 아울러 중공업, 해운업계는 지난해 대체로 호황을 누려 사장 선임 및 변경을 제외하고는 특별한 이슈가 없어 소액주주 및 시민단체의 반발을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 올해 주총 주요 안건은 오는 28일 그룹 계열사가 일제히 주총을 여는 삼성그룹은 주총에서 이건희 회장과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부회장, 최도석 사장 등 최고 경영진 4명의 이사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올해 이들의 재선임이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다음달 초나 중순께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인 LG전자는 지난해 소버린의 지분 정리가 완료됨에 따라 올해는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것으로 보고 주주들에게 경영성과를 설명하는데 주력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사업목적에 자동차용품 제조판매업과 중고차 재생사업, 통신판매업 등을 추가하는 정관 변경안과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기아차 주총에서는 임기 만료되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사장의 재선임이 확실시되며, 역시 임기 만료되는 김익환 전 사장과 구태환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직은 임원 가운데 신규로 선임될 예정이다. 포스코는 이달 24일 주총에서 임원에 대한 스톡옵션 제도 폐지와 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정관변경 안건을 처리한다. 주총에서는 또 올해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강창오 사장과 류경렬 부사장 후임으로 조성식 전무와 이동희 상무를 신임 상임이사로 선임하고 임원 보수한도를 45억원에서 60억원으로 올리는 안건도 의결한다. SK㈜는 소버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작년 주총과 달리 올해는 별다른 쟁점이 없는 상황에서 올해 임기가 만료되는 박호서 전 감사담당 임원과 한영석 변호사 후임으로 들어올 사외이사 선임이 주총의 주요 안건이 될 전망이다. 3년내 지주회사로 변신을 선언한 ㈜두산은 주총을 3월 중순쯤 열 예정이며 외국인 CEO를 임명하는 것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해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것이 주요 쟁점이다. 현대상선은 3월초 주총을 통해 노정익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며 현대건설은 내달 임기가 만료되는 이지송 사장의 연임문제와 관련, 외환은행 등 채권단이 이달중 이사회를 열고 이 사장을 연임시킬 지 여부를 결정해 주총 안건에 상정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