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주총에선 지난해 적립식 펀드 열풍 등으로 상장사 지분 보유가 급증한 투신 등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예전의 '거수기' 역할에서 벗어나 주주권한에 반하는 조치에 대해선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지난해 투자목적을 '경영참가'로 밝히고 신규로 참여했거나 보유지분을 확대해온 외국계 펀드들이 해당 기업 주총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 것인지도 관심이다. ◆대기업 '조용한 주총' 예상 전문가들은 올해 대기업 주총은 특별히 큰 이슈가 없어 비교적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주총에서 임기 만료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윤종용 부회장,이윤우 부회장,최도석 사장 등을 등기이사로 재선임할 예정이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도 기아차 주총에서 등기이사 재선임을 앞두고 있다. 오는 24일 열리는 포스코 주총에선 스톡옵션제 폐지,최고경영자(CEO)와 이사회 분리,CEO후보추천위원회 신설 등이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포스코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은 늘었는데 배당금은 8000원으로 전년도와 같은 수준이어서 외국인 주주들이 고배당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주요 그룹 가운데 가장 관심을 끄는 곳은 ㈜두산,두산중공업,두산인프라코어 등 두산 계열사다. 두산은 이미 ㈜두산을 3년 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박용성 전 그룹 회장과 박용만 전 그룹 부회장이 주총에서 이들 계열사의 등기이사직을 스스로 내놓고 자신들의 경영간섭을 배제한 진정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할지가 관심이다. ◆주총 하이라이트는 KT&G 올 주주총회의 최대관심은 KT&G다. KT&G의 지분 6.59%를 취득한 칼 아이칸 측은 공동보유자인 미국계 헤지펀드인 스틸 파트너스의 운영자 워렌 리히텐슈타인 등 3명을 자기측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하고 주총에서 표 대결을 선언했다. 작년 말 현재 KT&G의 외국인 지분율은 62%다. 아이칸측은 표 대결에서 밀려도 보유주식수만큼 특정 후보에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집중투표제를 활용,최소 1명의 사외이사 선임을 관철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KT&G의 사례처럼 직접적인 이슈는 부각되지 않았지만 외국계 펀드들이 '경영참여'를 투자 목적으로 신고한 기업들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관투자가 의결권 적극 행사 지난해 상장기업 보유 주식을 대폭 늘린 기관투자가들은 펀드 고객 보호라는 입장에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배당에 대해선 적정한 투자 계획이 있다면 무조건 늘려달라고 하진 않겠다는 곳이 많았다. 강신우 한국투신운용 부사장은 "1%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모델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주요 기업 120곳을 대상으로 경영질의서를 발송했다"며 "주주권한에 반하는 조치에 대해서는 의결권 행사를 적극 행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성완·이상열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