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린치는 KT&G와 칼 아이칸 사이의 경영권 분쟁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며 이 과정에서 주주 가치가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10일 분석했다. 이 증권사는 자산가치를 고려한 KT&G의 적정주가는 6만3천원이나 자사주 소각 이후 주당 배당금 상승을 반영하면 적정주가를 7만7천원까지도 볼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릴린치는 "칼 아이칸과 스틸 파트너스 쪽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12명의 KT&G 이사진 가운데 적어도 한 자리를 차지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KT&G는 이사 선출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장하는 집중투표제를 적용하고 있다. 메릴린치는 "KT&G와 칼 아이칸 모두 충분한 지분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주주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 들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칸 쪽이 인삼공사 기업공개(IPO) 등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50% 이상을 장악해야하지만 이사 자리 1~2석을 확보하게 되면 내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이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안건을 올릴 수도 있다. 이 단계까지 오면 경영권 분쟁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수 없으나 일반적인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메릴린치는 지분 경쟁의 진행 상황에 따라 KT&G 주가가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며 누가 지분 경쟁에서 승리할지는 모르나 주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며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칼 아이칸 이슈와 유휴 자산의 가치를 고려하지 않을 경우 KT&G의 적정주가는 4만9천원이지만 유휴 자산의 가치를 함께 고려할 경우 적정가는 6만3천원으로 올라간다고 이 증권사는 설명했다. 적정가 6만3천원에는 담배사업(4만1천951원)과 인삼사업(8천530원), 유휴 부동산 자산(2천956원), 재무자산(9천480원) 등의 주당 가치가 반영됐다. 나아가 아이칸 쪽이 유휴 부동산 자산과 투자지분, 초과 현금 등의 가치를 끄집어 내는데 성공하고 적절한 수준의 자사주 소각과 배당금 증가를 이끌어 낸다면 적정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메릴린치는 조언했다. KT&G의 주당 배당금이 자사의 최근 추정치인 2천100원에서 3천500원으로 80% 상승하게 되면 주당 가치는 7만7천원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인 가정이라고 말했다. 이 증권사는 아이칸 쪽에서 KT&G의 자산가치를 제고하는데 실패하더라도 기존 경영진은 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중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