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쏠림현상을 막는다는 취지에서 변경된 환율호가제도에 대해 벌써부터 회의론이 부각되고 있다. 은행과 선물사들만 실시간 호가를 확인할 수 있도록 했지만 실제로 대기업이나 투기세력 등 이른바 '큰 손'들은 언제든지 체결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정보 불평등이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실시간 호가 차단 한계 1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외환시장에서 환율호가 방식이 국제 기준에 맞게 바뀌어 은행간 거래호가가 시장참여 회원은행들에만 제한적으로 제공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은행간 시장의 환율 최적호가와 체결가가 참여은행뿐 아니라 기업과 역외거래자 등 대(對) 고객시장 참가자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제공돼 왔다. 그러나 이런 정보를 기업체 등 일반고객에게 실시간 제공하는 것을 중단함으로써 시장혼란을 막는다는 당초의 의도는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제도 변경 첫날 시장에서 나온 대체적인 평가다. 우선 기업들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거래은행에 연락해 쉽게 호가를 파악할 수 있는데다 개인도 선물사 단말기 등을 통해 실시간 호가 확인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외환당국을 당혹케 했다. 특히 은행들도 대형고객인 대기업에 대해서는 은행간 체결가를 언제라도 알려주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환율 등락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울러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개별 은행들의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가 크지 않아 체결가를 30분마다 제공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었다는 점도 제도 변경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는 지적이다. 외환시장의 한 딜러는 "호가제도 변경에 대해 고객 기업들의 반응을 알아봤더니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분위기"라며 "실제로 은행 몇곳에만 전화하면 체결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中企-은행들 일부 혼란..한은 "문제점 파악중" 그러나 이날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일부에서는 호가제도 변경으로 인해 적지 않은 불편과 혼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전과 달리 30분마다 체결가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가뜩이나 최근 환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로서는 환율 흐름을 파악하는데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은행들도 기업측의 빗발치는 체결가 문의에 시달려 제도변경 첫날 상당한 혼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은행은 제도변경 초기에 혼란과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정착되면 당초 의도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은 관계자는 "자체조사 결과 개인들이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 체결가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며 "그러나 언론 등을 통해 지적된 여러 문제점을 파악해 해결방안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착되면 기업 및 은행의 가격탐색 및 가격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외환시장의 중장기적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한 금융계 관계자는 "요즘같이 갖가지 정보가 여러 통로를 통해 오가는 세상에서 정보를 한 쪽만 막는다고 완전히 막을 수는 없다"며 "결국 투기자본이나 역외세력의 횡포를 막는 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