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논란'이 촉발시킨 연이은 '블랙데이'를 가까스로 넘긴 주식시장이 이번에는 금리.환율.유가 등 대외변수들의 '전방위 압박'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이 장중 한때 960원 아래로 밀려나는가 하면 또다시 고조되는 중동지역 위기로 인해 유가흐름도 안심하기 힘든 형편이다. 여기에 부진한 내수를 대신 이끌어오던 수출마저 1월 증가율이 7개월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져 반등흐름에 나선 증시의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 美 금리 추가인상..시장 충격 가능 = 미국 FOMC는 31일(현지시간) 앨런 그린스펀이 주재하는 마지막 회의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거의 5년만에 가장 높은 4.5%선으로 0.25%포인트 올렸다. 동시에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필요할 것 같다'라던 표현을 '추가적인 정책 강화가 필요할 지도 모른다'로 표현의 강도를 낮추면서도 버냉키 신임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에게 추가 금리 인상의 재량을 남겨뒀다. 이는 당초 1월말 미국 금리인상의 종료를 예상했던 국내외 금융시장의 기대에는 다소 어긋나는 것이다. 금리 추가인상이 이뤄질지 이뤄진다면 그 폭과 회수가 어느 정도일지가 시장의 관심사로 다가오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 적지 않은 충격파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추가 금리인상시 원화 강세는 어느정도 진정이 되겠지만 동시에 달러화 유동성이 본격 축소되면서 국내 증시의 외국인 유동성 유입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신동석 연구위원은 "향후 두 차례 정도의 추가 인상이 단행될 전망"이라며 "이는 현재 금융시장에 반영되지 못한 것이기에 충격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동시에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금리인상 종결이 결국 미국 경기의 후퇴 등 시장에 부정적인 배경하에 이뤄질 것이라는 점도 경계요인이다. 미래에셋증권 류승선 이코노미스트는 "늦어도 5월중 종료될 금리인상 사이클은 궁극적으로 평탄치 못한 경기전망에 근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장기 불확실성은 오히려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환율.유가도 '빨간 불' = 진정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1일 장중 960원 아래로까지 밀려난 원.달러 환율의 하락압력도 시장을 압박하는 중대 변수다. 현실적으로 원.달러 환율의 하락은 수출 중심인 국내 기업의 채산성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경기를 이끌어오던 수출 증가세를 둔화시켜 경제전체의 펀더멘털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당장 1월 수출증가율이 작년 동기 대비 4.3%로 둔화되며 7개월만에 처음으로 한 자릿수로 내려가는 등 환율압박이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여기에 환율 급락이 불러올 증시의 단기 버블도 배제하기 힘든 상황이다. 삼성증권 신 연구위원은 "과잉 유동성이 흡수돼야 하나 원화 강세로 한국은행의 2월 금리인상이 어려워지고 있다"며 "외국인 주식자금의 유입까지 가세함에 따라 국내 유동성 과잉은 심화될 수 있으므로 작은 규모의 '붐 앤드 버스트'(단기 급등후 급락) 발생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역수지 악화에도 한 몫하고 있는 유가도 전날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 유지결정으로 일시 하락했지만 OPEC내 2위 산유국 이란을 둘러싼 핵논란이 확산일로 여서 여전히 증시에 '시한폭탄'구실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달 '블랙데이' 이후 예상보다 강하게 이뤄지고 있는 증시의 반등흐름보다는 조정 리스크에 주목할 것을 권유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다. 교보증권 박석현 수석연구원은 "유가를 중심으로 한 국제 원자재가의 불안과 미국의 경제지표 부진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대외거래 여건의 둔화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증시는 향후 2∼3개월간 조정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2월중 코스피지수가 직전 저점인 1,300선을 다시 하회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둘 것을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