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은 증권업계가 화려하게 부활한 해였다. 증시가 사상최고치를 경신하고 거래대금도 급증하면서 최근 2~3년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증권업계는 지금 확실히 턴어라운드하고 있다. 이 '부활 스토리'의 맨 앞장을 장식하고 있는 증권사는 단연 대우증권이다. 30년 넘게 증권업계 전 부문에서 '부동의 1위'였던 대우증권은 지난 1999년 '대우사태'를 거치면서 급격히 위상이 추락했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6월 손복조 사장(54)이 부임한 다음부터 대우증권은 확실히 달라졌다. 취임 당시 모든 대형 증권사가 자산관리와 투자은행(IB)업무에서 승부를 보겠다고 할 때,그는 "브로커리지(위탁매매) 부문에 전력하겠다"고 선언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하지만 결과는 적어도 지금까지 대성공이다. 대우증권은 최근 위탁매매 점유율,순이익 등 실적지표 부문에서 1위를 탈환했다. 회사신용등급도 'A'로 높아졌다.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본사에서 손 사장을 만나 그 비결을 들어봤다. -최근 대우증권의 영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데요. "작년 4월부터 시작된 2005회계연도 중 12월까지 9개월간 약 3000억원의 순이익이 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 증권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금액이죠.증시 상황에 따라 변할수도 있지만,이 추세대로라면 이번 회계연도가 끝나는 올 3월까지 4000억원 정도는 이익이 날 것으로 예상합니다."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비결은 뭔가요. "무엇보다 '1등 증권회사'로 부활하자고 제시했던 저의 목표를 전 임직원이 믿고 따라줬기 때문이죠.저는 이 목표를 조속히 달성하기 위해 평가제도를 혁신하고 보상원칙을 확립하는 데 주력했습니다. 또 회사 내 의사결정 구조를 단축해 스피드 경영 체계를 만들었죠.일상적인 결재는 즉시 처리했고,지점 약정실적 등 경영정보는 실시간으로 조회할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브로커리지에 집중한 영업전략이 증시 활황과 맞물려 나타난 '우연의 일치'로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건 오해입니다. 대우증권은 궁극적으로 브로커리지,자산관리,IB 등 모든 부문의 균형 발전을 추구합니다. 다만 현 상황에 적절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할 뿐이지요. 요즘처럼 하루 거래대금이 8조원 수준에 달하면 증권업계가 1년간 벌어들이는 총 브로커리지 수수료는 약 8조원에 달합니다. 반면 자산관리 수수료는 연간 총 1조원,IB시장은 총 2000억원에 불과하지요. 브로커리지는 증권사만 할 수 있지만,자산관리는 증권 은행 보험 자산운용사가 모두 경쟁하는 시장입니다. 증권사가 영업력을 집중해야 할 부문이 어딘지는 자명합니다. 현재 10%대인 점유율을 2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로 브로커리지 영업에 집중할 생각입니다." -그럼 자산관리와 IB업무는 언제쯤 강화하실 건가요. "자산관리와 IB업무의 비중을 높이는 일은 분명 바람직합니다. 하지만 '바람직한 것'과 '당장 해야 하는 것'과는 다르지요. 자산관리 영업은 국내 금융자산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져야 주수익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습니다. 그 때까지 10년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게 요원한가요. "IB는 '리스크 테이킹'(투자위험 떠안기)이 필수인데,이는 증권사 덩치에 비례합니다. 취임 당시 1조1000억원에 불과했던 대우증권 자기자본은 1년반 사이에 1조7000억원으로 늘었지요. 브로커리지에서 많은 이익이 난 결과입니다.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IB영업을 강화할 방침입니다. IB영업은 사실 자기자본이 5조원은 돼야 제대로 할 수 있습니다. 그 정도가 돼야 최소한 국내에서 2조~3조원짜리 대형 인수합병(M&A) 딜에서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과 경쟁할 수 있지요. 지금처럼 대형 증권사의 자기자본이 2조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는 외국계와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대우증권이 산업은행 자회사로 있기 때문에 여러 분야에서 업무확대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선박펀드 M&A 등 IB부문에서 다양한 협조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죠.작년 말 도입된 퇴직연금도 산업은행과의 업무 협조를 통해 이미 2~3개 업체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상태입니다." -올해 자본시장통합법이 제정되면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통합법의 골자는 두가지입니다. 첫째 증권 선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금융업무 장벽을 허무는 것이고,둘째 금융상품 관련 규제를 현행 '포지티브(열거식)'에서 '네거티브(포괄주의)'로 바꾸는 거지요. 저는 특히 두번째 변화에 주목합니다. 자본시장 업무 장벽이 허물어져도 큰 변화는 당분간 없을 것이지만,두번째 변화로 금융상품 개념이 혁명적으로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최근 증권 자산운용사들이 해외진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해외진출계획은 어떤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직 없습니다. 이미 10년 전부터 해외업무가 유망하다며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해외지점을 냈지만,이익은 거의 못 냈지요. 해외진출은 장밋빛 전망으로 무작정 추진할 게 아니라 신중하게 결정할 일입니다." -새해 증시 전망은 어떻습니까. "올해 코스피지수는 1550 선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내 기업의 이익안정성이 높아지고,주식수요 기반이 확대되면서 국내 증시 재평가 작업이 올해도 꾸준히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경제는 어떨까요. "내수는 회복되고 수출은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우리 경제는 작년보다 분명 좋아질 것입니다. 다만 경기회복에 안주하지 말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경제의 성장과 고용을 지속시킬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이지요. 이를 위해선 서비스산업의 고부가가치화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인을 위한 재테크 조언을 하신다면. "지금이라도 주식투자 비중을 늘려야 합니다. 우리 증시의 주가수익비율은 아직도 9~10배 수준으로 저평가돼 있지요. 우리나라 경기는 2007년까지 확장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시도 이를 반영,상승세를 보일 겁니다. 반면 채권금리는 5%를 크게 벗어나지 못해 투자매력이 낮을 것 같습니다." 글=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 사진=양윤모 기자 yoonm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