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는 경기 회복과 기업실적 회복, 밖으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중단 가능성과 유가 안정에 근거를 둔 '연말 랠리' 시나리오에 이상 징후가 엿보이고 있다. 상승 추세 자체에 대한 회의론은 없지만 수급면에서는 사상 최고 수준에 달한 매수차익잔고가 시장에 안겨줄 충격이 부담스러운 상황이고,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세계 공통사항인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우려가 부각되고 있다. 이 때문에 12월 증시의 상승탄력이 둔화되고 기업 실적 개선 기대를 바탕으로 한 랠리는 내년 1월로 넘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프로그램 매물 '쓰나미' 경계 1호 시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급상의 최대 악재는 내달 8일 2005년 마지막 '트리플 위칭데이'를 전후해 차익거래 잔고가 청산되면서 흘러나올 수 있는 프로그램 매물 부담. 지난 주말 1조7천억원을 웃돌던 매수차익거래 잔고는 28일 1조6천억원대로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에 가깝다. 반대방향으로 움직이는 매도차익거래 잔고 9천억원 가량을 감안하면 유가증권시장은 7천억원 정도의 프로그램 매물 잠재부담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산 가능하다. 물론, 이 물량이 '트리플 위칭 데이'를 전후해 모두 쏟아져 나오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대표적인 보수적 투자자인 연.기금의 경우 만기 이후 있을 배당투자를 고려해 현물 보유에 나설 가능성이 높은데다 청산 물량의 규모는 2006년 3월물 지수선물의 동향에 달려있는데 3월물 선물가격이 고평가를 유지하고 베이시스가 호전된다면 오히려 대규모 청산 대신 매수차익거래의 형성을 기대해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산매물의 '폭발'이 없더라도 이는 시장의 발목을 잡거나 단기간 변동성을 크게 높일 수 있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는 게 증권가의 일반적 관측이다. ◆ 늘어가는 위안화 절상 우려 연말 증시의 상승 탄력을 둔화시키고 있는 또 하나의 요인으로 거론되는 부분은 중국 위안화에 대한 절상압력이다.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은 연이어 중국에 대해 '외환제도에 융통성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위안화의 실질적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이에 대한 세계적 투자은행들과 언론들의 코멘트도 증가일로에 있다. 압력에 직면한 중국 당국이 환율 유연화를 위한 조치로 HSBC 등 일부 은행들을 은행간 외환거래시장에서 `마켓 메이커(시장조성자)'로 지정, 위안화 시세조정 역할을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며 압력 완화에 나섰지만 미국의 존 스노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중국이 가능한 한 빨리 위안화의 유연성 확대를 향해 움직이는 것이 불가피하다"며 압력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여기에 12월2일부터 영국 런던에서 열릴 예정인 G7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담에서 중국측에 위안화 절상압력이 촉구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국내외 증시에서 위안화 절상을 '시기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올 이벤트'로 여기게 만들고 있다. 대신증권 김동욱 애널리스트는 "2003년 9월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에 대한 통화절상 압력이 노골화되면서 아시아 주식시장이 크게 요동쳤던 경험을 기억하는 투자가의 입장에서는 이번 G7 재무장관 회담에서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어떤 언급이 나올 지 궁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도 12월 코스피지수의 1,400선 등정을 점치면서도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을 목표달성의 잠재적 위협요인으로 꼽았다. ◆ "12월 시장 탄력둔화..실적랠리 1월"전망도 11월 코스피지수가 1,140선에서 1,300선 눈앞까지 쉼없이 밀고 올라오면서 예상했던 '연말 랠리'는 이미 진행중이며 12월 증시는 여러 부담 요인 때문에 오히려 상승탄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29일 내놓은 12월 증시전망에서 코스피지수의 예상범위를 1,250∼1,340선으로 다소 보수적으로 전망했다. 10월 저점 대비 지수가 160포인트나 상승하면서 연말 랠리 기대치가 이미 주가에 선반영됐다는 점, 펀드들이 연말을 맞아 수익률 관리에 주력하면서 새로운 종목발굴이 이뤄지기 힘들다는 점 등이 신중론의 근거로 꼽히고 있다. 특히 4.4분기 실적호전주를 중심으로 한 기관과 외국인들의 포트폴리오 재구축 시점이 내년 초로 예상돼 '실적 랠리' 기대시점은 1월로 봐야한다는 게 삼성증권의 지적이다. 오현석 연구위원은 "12월 증시는 탄력둔화와 함께 종목장세가 만개할 가능성이 높다"며 "12월 한 달만 놓고 볼 경우 차익실현과 교체매매를 권고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