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조정장에서 한 때 54만원대까지 밀리며 기를 펴지 못하던 삼성전자[005930]가 '애널리스트 데이'행사가 열린 3일 오전 시장에서 연 나흘 반등, 서서히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오전장 2%대 중반을 오가는 상승률로 종가기준으로는 한 달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하는 등 이전에 비해 비교적 강한 주가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 내년 상반기 우려 상존..외국인 움직임 불분명 지난달 삼성전자의 3.4분기 실적발표 당시 국내외 증권사들은 2조1천252억원의 분기 영업이익이 대체로 "시장의 기대를 충족시킨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핵심부문인 D램과 LCD분야가 'W'형 경기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4분기를 기점으로 재하강 국면에 진입하리라는 관측도 동시에 내놨다. 현 시점이 'W'형 경기곡선의 중간 정점에 해당되는 만큼, 추후 실적의 재하강을 염두에 둔 매매전략이 필요함을 시사하는 대목으로 현재까지 국내외 증권사나 시장조사기관에서 이런 다수 의견을 바꿔놓을 만한 징후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 실제 지난 9월 231억 달러로 집계된 세계 반도체 출하액도 작년 동기대비 8.1% 증가세를 보여줬지만 통상 성수기로 꼽히는 4.4분기 진입을 앞둔 상황에서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임홍빈 이사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반도체 출하액이 매우 완만하게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으나 9월 성수기라고 하기에는, 또 반도체 산업의 기조적 사이클 진입이라고 하기는 비교적 빈약한 수치"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 역시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애널리스트 데이'행사에서 오는 2010년 115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세계 전자업계 '빅3'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당장 주가의 흐름을 돌려놓을 만한 뚜렷한 재료는 내놓지 못했다. 수급상으로도 내년 상반기 실적 재하강 우려로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등 주요 투자은행들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 내지 '시장비중'으로 제시하면서 외국인들도 뚜렷한 '사자'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9월말 이후 54% 아래로 주저앉은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은 '사자'와 '팔자'의 지루한 반복속에 한 달째 53%대를 맴돌고 있고 대신 투신권과 보험사들이 외국인들이 내놓은 삼성전자 물량을 꾸준히 일부 소화하고 있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 美 기술주 강세 영향인 듯 이 때문에 3일 오전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연 나흘 강세는 삼성전자의 단기 실적과 주가 흐름의 조속한 반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라기보다는 미국시장의 기술주 강세에 따른 반사효과 정도로 풀이되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시에서 인텔과 애플컴퓨터와 AMD 등 대표 기술주들이 3∼4%대의 상승세를 보인 데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 역시 2.8% 상승하면서 대만증시의 TSMC와 UMC 등 반도체주, AU옵트로닉스,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 등 LCD주들도 3일 오전시장에서 일제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기때문이다. 물론 기술주 사이클이 전면 하강이 아니라 재반등을 염두에 둔 'W'형 사이클이라는 점, 10월 조정장에서 대형 기술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진 점을 들어 현 시점이 주요 기술주들을 저가에 사들일 수 있는 매수시점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현대증권 김장열 애널리스트는 지난 1일 보고서에서 "최근 LCD 및 PDP TV 수요 급증으로 패널 재고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파악되고 있고 반도체도 플래시 응용분야 잠재 수요 등을 감안하면 비관할 만한 상태는 아니다"라며 현 시점을 기술주들의 반등 전환시점으로 보고 '단기 매수'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