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정보기술(IT) 업체들의 3분기 실적이 약속이나 한듯이 일제히 오름세를 타고 있다. 상반기 내내 실적 부진에 시달리며 2차,3차 원가절감 계획까지 짜내야 했던 업계는 모처럼 불어오는 순풍에 희색이 가득하다. 삼성전자의 주우식 IR팀장은 3분기 실적 전망치를 묻는 질문에 "대체로 시장의 기대치에 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유있게 대답했다. LG전자의 나영배 IR팀장도 "회사의 목표나 시장의 기대치에는 다소 못 미칠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숨은 돌렸다고 생각한다"며 "휴대폰과 PDP 사업을 흑자로 돌려놓은 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 하반기 실적 악화를 점쳤던 하이닉스의 관계자도 "올 가을 지분매각을 앞두고 실적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도 할 수 없다"면서도 "(3분기 실적을) 너무 보수적으로 보는 애널리스트들이 있는 것 같다"고 우회적으로 실적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가격 하락 '스톱'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경우 상반기의 폭락세가 멈추고 보합 내지는 소폭 오름세로 돌아선 것이 결정적이다. 256메가 DDR(더블데이터레이트)1 제품의 경우 지난 1월 4.07달러에서 5월엔 2.31달러까지 급락했으나 6월부터 반등에 나서 이달엔 2.5달러 수준을 오르내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D램가격이 계절적인 수요 확대와 맞물려 3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기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지난 1분기(2991억원)보다도 많은 3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LCD PDP 등 디스플레이 제품들의 가격하락이 멈춘 것은 이 분야에 수 십조원의 투자비를 쏟아붓고 있는 삼성 LG의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고 있다. 경쟁과열과 단가 하락으로 너무 오랫동안 수익을 내지 못하자 과잉투자 시비에 휘말린 것이 바로 몇 달 전이었다. PDP에 발목이 잡혀 지난해 4분기 이후 계속 적자를 냈던 삼성SDI는 가격안정 기조 속에서 출하를 급격하게 늘리는 전략을 앞세워 흑자로 전환할 것으로 보인다. 2분기에 28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데 그쳤던 LG필립스LCD의 3분기 실적 역시 폭발적인 신장세를 기록하며 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4분기로 이어간다" 업계는 이 같은 탄력을 4분기에도 그대로 이어간다는 전략 아래 출하시기 조절 등을 통해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최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반도체 외에 휴대폰과 LCD 사업의 호조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휴대폰도 3분기를 기점으로 평균 판매단가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어 판매만 늘리면 상당한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CD부문 역시 노트북과 TV용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면서 발생한 가격상승과 함께 원가절감까지 이뤄지고 있어 연말까지는 실적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 중 흑자 전환할 것으로 보이는 삼성전기도 연말 이후에 거는 기대가 크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해외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한데 이어 반도체용 기판과 카메라모듈사업에 대한 전망이 밝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휴대폰 시장이 확대되면서 삼성전자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휴대폰용 발광다이오드(LED) 부문도 단가가 비싼 화이트LED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적자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김형호·이태명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