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예기획사(매니지먼트사)의 몸집 부풀리기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대형 매니지먼트사는 더 많은 스타들을 스카우트하기 위해 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군소 업체들은 서로간 합종연횡으로 세를 키우기 위해 암중모색중이다. 연예계는 "올해내에 최대의 지각변동과 함께 기획사의 재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국내 최대 매니지먼트사이자 상장기업 IHQ의 자회사인 싸이더스HQ는 얼마전 송혜교까지 영입하며 스타 확보 능력을 다시 한번 발휘했다. 전지현, 정우성, 김혜수, 전도연, 차태현, 조인성, 지진희, 염정아, 임수정, 공효진, 김성수 등 국내 간판 톱스타에 송혜교까지 가세한 것이다. 싸이더스HQ는 공개된 계약금 3억원 외에 송혜교의 영화계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이어 스타 영입이 활발한 곳이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와 나무엑터스. 이병헌, 이정재, 장진영이 소속된 플레이어엔터테인먼트는 최근 김상경, 신하균, 정재영 등을 스카우트했다. 나무엑터스 역시 김태희라는 대어를 낚았다. 김주혁, 문근영, 김민정, 도지원, 김지수 외에 올초 유준상이 합류했으며, 가능성 있는 신인급인 김강우, 송지효에 이어 전 소속사를 나온 김태희 영입에 성공했다. 김현주는 송혜교가 떠난 연영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틀었다. 아직 수면위로 부상하지는 않았지만, 스타급 한두명을 보유하고 있는 군소 매니지먼트업체의 합병 움직임도 활발하다. 이들은 3~4개의 회사가 모여 각자 배우를 관리하지만 하나의 회사라는 테두리로 묶어보려는 시도를 한다. 합병을 꾀하다 대형 매니지먼트 회사가 좋은 조건을 제시하면 선택을 바꾸는 등 거의 모든 매니지먼트업체들이 들썩이고 있는 셈이다. 또한 연예 관련 코스닥 등록 기업이 매니지먼트 업무에까지 손을 대면서 기존 기획사의 영역을 넘보고 있다. 케이앤컴퍼니는 케이앤엔터테인먼트라는 자회사를 통해 10여명의 매니저를 두고 배우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예당엔터테인먼트는 한류스타 최지우를 영입하며 매니지먼트 영역으로 업무를 확장했으며 더 많은 스타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예당은 스타급을 더 보강하기 위해 물밑작업중이다. 이 같은 현상은 연예산업화가 가속화된 올초 부터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최근 부쩍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위성 DMB, IPTV, 모바일 등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콘텐츠 확보가 절실해진 통신업체의 연예 산업 진출로 촉발된 연예계의 산업화 바람이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것. 매니지먼트사들이 거대 자본을 유치해 영화와 드라마 등 콘텐츠 제작에 직접 뛰어들기 위해서는 스타 파워가 절실하고, 스타들의 몸값이 회사의 가치로 정산되는 까닭에 스타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회사의 모델은 싸이더스HQ다. 최근 SK텔레콤은 이 회사의 모기업인 IHQ의 주식을 800만주 확보한데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주주인 정훈탁 대표에게 500만주의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이로써 총 지분 35.20%를 확보한 것. 정 대표는 SK텔레콤에 지분을 넘김으로써 서류상 수백억원대의 수익을 거뒀다. 통신기업을 필두로 대기업들이 연예 시장에 뛰어들면서 돈이 유입되고, 코스닥 진출 열풍과 맞물리며 거의 '빅뱅' 수준의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있다. 연예기획사 대표들은 이구동성으로 "올 9~10월까지 대체적인 윤곽이 나타날 것이다. 이 열풍에서 소외된다면 군소업체들은 살아남을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예당엔터테인먼트의 한 관계자는 "이미 연예계가 산업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자본과 환경이 마련돼있어 이에 따라 시스템이 바뀌어 가고 있다. 선진국형 매니지먼트로 확대될 수 있을지의 여부가 올해내 판가름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현 상황에 대해 연예계 내부에서조차 '불안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한 기획사 대표는 "최근 몇년 사이 배우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가며 이들과 계약을 맺었던 회사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배우는 벌지만, 소속사는 적자를 면치 못하는 현실에서 갑자기 연예계에 유입된 돈을 보고 확고한 계획없이 쫓아가면 오히려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이라며 걱정했다. 하루가 다르게 일고있는 연예계 구조조정이 과연 연예산업의 안착을 이끌지, 아니면 신기루 현상으로 끝날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가희 기자 ka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