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선물거래소가 상장폐지에 몰린 기업들의 잇단 소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회사정리절차 신청(법정관리.화의 포함), 감사의견 거절, 자본잠식 등으로 '즉시퇴출' 운명에 놓인 기업들이 상장폐지 조치가 부당하다며 법원을 통해 줄줄이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상장폐지 사유가 회사정리 신청인 경우 법원이 대체로 상장폐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추세여서, 증권업계는 물론 거래소 내부에서조차 즉시퇴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회사정리 따른 즉퇴 대부분 법원이 '제동' = 22일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올들어 상장폐지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상장기업은 모두 13개(유가증권시장 7개, 코스닥 6개)다.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지난 19일의 삼보컴퓨터를 비롯, 모토조이(1월29일), (3월8일), (3월31일), (4월14일), 지누스(4월25일), 한국합섬(4월27일) 등 7개사가 법원에 상장폐지금지 또는 매매정지금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중 지누스(자본전액 잠식)를 제외한 6개업체는 모두 회사정리와 관련, 상장폐지 운명에 놓인 경우다. 현행 즉시퇴출제도에 따르면 △회사정리절차 신청 △최종부도 △감사의견 부적정 및 의견거절 △2년 연속 자본잠식 50% 이상 △자본잠식 100% 등에 해당될 경우 유예기간 없이 곧바로 퇴출된다. 국제상사, 동해펄프, 충남방적, 한국합섬 등 4개사의 경우 이미 법원이 상장폐지금지 가처분을 받아들여 매매가 정지된 상태에서 최종 상장폐지 여부를 법정에서 가리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같은 선례를 고려할 때 법정관리 신청과 함께 16년만에 상장폐지 위기를 맞은 삼보컴퓨터의 가처분 신청도 '인용'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닥의 경우 증권선물거래소 통합 전인 지난해 12월24일 파워넷이 회사정리 신청에 따른 등록취소 결정이 부당하다며 취소결정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 '인용' 판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올들어 가처분 신청을 낸 맥시스템(3월21일), 하우리(3월24일), 창민테크(3월31일), 업필(3월29일), 슈마일렉트론(3월30일), 후야인포넷(4월25일) 등 6개사는 대부분 퇴출 사유가 감사의견 거절 또는 자본전액잠식으로, 모두 법원으로부터 가처분 신청 '기각' 판정을 받았다. ◆ 즉시퇴출 '과잉규제' VS '투자자보호' 논란 = 거래소 경영지원본부 법규팀 관계자는 "최근 상장폐지 관련 소송으로 매우 바빠졌다"면서 "다른 사유의 상장폐지금지 가처분은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지만 법정관리나 화의 신청 등 회사정리에 관한 경우 '인용' 빈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일단 이들은 현행 규정상 상장자격이 없다고 판정받은 기업들이므로 만약 법원이 상장폐지 자체에 대해서도 불가 결정을 내린다면 상소할 것"이라며 "그것이 미래 잠재적 투자자들의 피해를 줄이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기업들은 즉시퇴출제도가 너무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동해펄프측은 가처분 신청 배경에 대해 "현 상장폐지 규정은 상위법률인 회사정리법에 정면으로 위반될 뿐 아니라 행정법의 일반 원칙인 과잉금지 및 평등 원칙에 도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 민사소송이 사안에 따라 최종 결정까지 보통 2년 이상이 걸리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식을 수년간 묶어 놓고 거래소와 업체가 서로 시간과 돈을 소모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보컴퓨터의 경우처럼 비교적 탄탄한 중견기업이 일시적 어려움으로 법정관리나 화의를 신청할 수 있으므로 이같은 종류의 사유는 즉시퇴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거래소 역시 즉시퇴출과 관련, 일부 문제를 인식하고 중장기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영탁 증권선물거래소 이사장은 지난 3월 3개년 경영계획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유가증권시장의 경우 법정관리 및 화의절차 신청시 즉시 퇴출되는 현행 제도를 고쳐 기업회생 가능성이나 투자자피해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퇴출심사제도'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거래소 상장제도총괄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관련 감독당국 등과 검토, 협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