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하락과 유가상승이 12월 결산 상장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고스란히 연결됐다. 다만 5월 들어 환율급락세가 진정국면에 들어섰고 국제유가도 하락세로 돌아서고 있어 상장사들의 분기별 실적은 2.4분기를 바닥으로 회복세로 전환될 전망이다. ◆수익성 악화..환율 영향 커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537개 12월 결산법인들은 올 1.4분기에 작년동기보다 3.1% 증가한 매출액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6.19%씩 감소,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은 떨어졌다. 내수 경기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미약한 가운데 수출 중심의 제조업이 부진한 실적을 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글로벌 정보기술(IT) 산업 경기 둔화의 영향 등이 크게 작용했다. 다만 지난해 1.4분기에 순이익이 전년동기보다 100% 늘어나 사상 최대의 호황을 누렸던 점을 감안하면 올 1.4분기 순이익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펀더멘털(기초여건)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착시효과'를 주는 삼성전자를 제외하면 영업이익과 순이익 감소폭은 각각 6.13%, 6.19%로 축소돼 대외환경 악화의 속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선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10대그룹 중에서는 삼성.LG.SK.한진.현대중공업 등이 순이익 감소를 보인 반면 현대차.롯데.GS.한화.금호아시아나 등은 순이익 증가를 나타내며 희비가 갈렸다. ◆제조업 '부진' VS 금융업 '호조' 전세계적인 달러화 약세에 따른 원/달러환율 하락은 수출 위주의 제조업의 마진을 떨어뜨렸다. 제조업은 매출액이 작년동기보다 3.76% 늘었으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25.77%, 20.50% 감소했다. 이에 따라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영업이익률이 지난해 1.4분기 11.73%에서 8.39%로 3.34%포인트 떨어졌다. 1천원어치의 물건을 팔아 남기는 이익이 117원에서 84원으로 줄어들었다는 의미다. 제조업의 이같은 수익성 저하는 지난해 1.4분기 평균 1,146.60원에서 올 1.4분기 1,021.60원으로 10.9% 급락한 원/달러 환율하락의 영향이 가장 컸다. 반면 금융업은 대규모 부실기업들의 정상화에 따라 대손충당금 부담이 크게 감소하며 폭발적인 순이익 증가를 기록했다. 금융업은 올 1.4분기 영업이익이 작년동기보다 45배나 폭증했고 순이익도 78.05% 급증했다. 다만 충당금 적립전 이익은 작년동기보다 감소해 수익구조는 나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전자.현대차.조선주 환율하락 '직격탄' 세자릿수를 드나들던 원/달러 환율에 가장 고전한 기업들은 삼성전자, 현대차, 그리고 조선업체 등이었다. 수출이 전체 매출의 90% 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경우 영업이익이 4조원에서 2조1천억원으로 46%나 급감했는데 D램과 LCD 등 주요 제품 가격하락에 환율하락에 따른 마진 감소가 컸다. 현대차도 영업이익이 4천613억원에서 3천227억원으로 30.06% 감소한 데 대해 환율하락으로 약 4천700억원 가량의 이익 감소 요인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형 조선업체들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업체들이 1.4분기에 모두 적자전환하는 부진에 빠졌다.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기 이전에 수주한 낮은 선가의 선박이 매출로 인식되는 시점인 데다 환율마저 떨어진 탓이다. 다만 조선업의 부진은 선가상승 등에 힘입어 일시적인 것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환율급락의 충격에서 벗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4분기 실적 바닥 후 회복 전망 고유가, 환율하락, 그리고 미국의 소프트 패치(경기 회복기의 일시적 둔화) 우려 등과 같은 악재의 영향권에 속했던 1.4분기를 지나면서 국내 실물 경기, 특히 대기업 위주의 상장기업에 국한한 실적 전망은 낙관론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대체로 상장기업의 이익 실적이 2.4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부터 회복 기조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수 경기가 조금씩이나마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정보기술(IT) 업체들이 하반기 수요 회복과 더불어 이익 확대 추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되며, 실적 악화를 초래했던 원/달러 환율도 급락세가 진정된 데다 국제유가도 하락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점 등을 이익 회복 전망의 근거로 꼽고 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192개 주요 상장기업의 경우 분기별 영업이익이 1.4분기 18.9% 감소한 데 이어 2.4분기에도 15.0%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그러나 3.4분기에는 5.2% 증가로 돌아서 4.4분기에도 증가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황정우기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