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외환시장이 중국의 위안화 `기습절상' 가능성에 잔뜩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노동절 연휴 전의 마지막 시장 개장일인 29일 잠깐이나마 이례적으로 위안 환율 공식거래폭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중국측은 이것이 "기술적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외부 전문가들은 위안 환율변동폭 확대에 앞서 `시장을 테스트'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풀이했다. 이런 가운데 엔을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주요 통화들이 일제히 강세를 보여 위안과 연계된 `절상 도미노' 효과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반영했다. 중국 인민은행과 국가외환관리국은 29일에도 `환율을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기본 입장이 불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노동절 연휴중 혹은 그 직후에 기습 절상할지 모른다는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지는 못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뉴욕 타임스와 블룸버그 및 다우존스 등은 29일 중국의 위안 환율 공식거래폭이 일시적이나마 확대된 점을 일제히 주목했다. 중국이 극히 제한적으로 거래를 허용해온 위안의 대(對)달러 환율이 대개는 달러당 8.276-8.280인데 반해 이날은 8.270에 공시된 것이다. 공식 환율이 하락한 것이다. 외신들은 공식 환율 전광판에 8.270이 비쳐진 시간이 20여분에 불과하고 중국측도 "기술적 실수"라고 해명했으나 환시장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이 위안 환율변동폭 확대를 앞두고 의도적으로 시장을 테스트한 의혹이 짙다고 말했다. 더욱이 노동절 연휴 직전인 점도 주목됐다. 왜냐하면 중국은 그간 중요한 정책 전환을 이룰 때마다 연휴 직전 또는 그 기간을 이용해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입장을 보여왔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의 금융전문 관영지 중국증권저널도 29일 1면 논평에서 `중국의 환체제 변경 여건이 무르익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제는 언제 조치를 취할 것이냐를 결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골드만 삭스의 국제경제분석 책임자 짐 오닐은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이 하시라도 위안 환율변동폭을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5% 가량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당국자들이 그간 평가절상을 가로막는 주요 변수의 하나로 환투기를 지적하면서 기습 조정이 가능함을 시사한 점을 상기시켰다. JP 모건의 프랭크 공 홍콩소재 애널리스트도 파이낸셜 타임스에 "인민은행이 내주의 노동절 연휴 기간에 (위안 환율에 관한) 무엇인가를 발표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면서 중국측이 이와 관련해 "기술적 준비가 돼있다"고 앞서 밝힌 점을 강조했다. ABN 암로의 외환담당 책임자 토니 노필드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중국이 노동절 연휴 중에 조치를 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대신 "내달 18일부터 외국 은행들이 중국에서 외환 현물거래를 시작하는 시점을 유의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환시장이 중국의 기습절상 가능성을 주목하는 가운데 엔과 원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통화들은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엔은 29일 오후(현지시간) 뉴욕시장에서 달러당 104.75엔에 거래돼 1.3% 상승했다. 엔/유로 환율도 1.5% 하락한 유로당 134.83엔으로 지난해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밖에 원과 싱가포르달러, 대만달러도 대달러 가치가 일제히 상승했다. 반면 달러는 인플레 압력이 가중되면서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달 3일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또다시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데 영향받아 유로에 대해 강세를 보였다. 금값도 위안화 절상 가능성이 높은데 영향받아 이날 뉴욕에서 6월물이 전날보다 0.9% 상승해 온스당 436.10달러에 거래가 마감됐다. 위안이 절상될 경우 엔화 등 아시아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 약세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헤지(위험분산) 수단으로써의 금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선재규 기자 jk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