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시가 미 금리인상 우려 등으로 단기급락하자 한국 증시 저평가 논리가 재부각되고 있다.현 주가 수준은 기업들의 펀더멘털(내재가치)에 비해 너무 싸다는 인식이 다시 확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1일 증시에선 전날 미국 증시 큰폭 하락에 영향받아 종합주가지수가 오전 한때 전일대비 16포인트 이상 급락했지만,920선은 매수 타이밍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며 기관의 매수가 들어와 오후들어 지수를 플러스로 반전시켰다. 특히 최근 급락장에서 낙폭을 키운 '주범'으로 몰렸던 연기금은 이날 대거 순매수로 돌아서 반등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 그동안 교체매매에 주력해온 국민연금은 5백억원의 신규 자금을 투입,삼성전자 LG전자 국민은행 등 우량주를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주식투자의 가장 큰 매력인 '싸다'는 공감대가 투자자들 저변에 형성돼 있는 한 900선이 깨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상장사의 72%는 주가가 청산가치에도 못미쳐 이날 증권선물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주가 하락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작년 실적 기준)를 밑돈 기업은 거래소 상장사 중 72%(4백8개)에 달한다. PBR가 1배 미만이라는 것은 주가가 순자산가치,즉 회사의 청산가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라는 의미다.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2백개 종목(코스피200)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도 7.12배로 미국(다우30 21.07배) 영국(FTSE100 14.97배) 일본(닛케이 13.64배) 홍콩(항셍 14.40배) 등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매우 저평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닥 상위 50개 종목(코스닥50)의 평균 PER도 12.2배에 머물렀다. 이주호 증권선물거래소 통계팀장은 "지난 2002년 4월 지수 900포인트 때와 비교하면 현재 지수는 당시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주가 수준을 나타내는 PER는 당시 16배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기관 저가 매수 본격화 지수가 992선에서 되밀리기 시작한 지난 11∼14일까지만 해도 기관은 추가 하락을 우려해 차익실현이나 손절매 물량을 쏟아내기 바빴다. 그러나 지수 950선이 깨지자 입장을 바꿔 다시 매수세로 돌아섰다. 15일부터는 선물과 현물 가격차에 의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프로그램을 제외하면 기관은 매일 6백억원 이상씩 순매수했다. 21일에도 프로그램을 제외할 경우 기관은 투신권과 연기금을 중심으로 1천3백89억원 매수 우위를 보였다. 한상수 동양투신 주식운용본부장은 "단기간에 급락해 주가가 너무 싸졌다고 느낀 기관들을 중심으로 발빠른 저가 매수세가 본격 유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민재 KTB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실제 하락장 분위기에서도 매매체결 현황을 보면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급하게 매도 물량을 내놓는 투자자들은 적고,오히려 주가가 빠진 틈을 타 저가에 매수하려는 세력이 강하다"고 밝혔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