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긴장감이 돌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3일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4일 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2조원과 1조원을 밑돌았다. 호재와 악재가 충돌하는 가운데 주가 향방을 놓고 치열한 탐색전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유가'와 '실적'이 그 중심에 서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WTI)는 4일 장중 한때 배럴당 58달러를 돌파,사상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불안감을 던져주고 있다. 반면 기업실적은 1분기에 바닥을 찍고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유가 상승은 이미 예상한 것이어서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다. 그동안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 주가도 상승해 왔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고 지적한다. 기업 실적은 바닥만 확인된다면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증권 오현석 연구위원은 "유가 상승이 추세적으로 나타난다면 중·장기적으로 부담스럽기는 하다"며 "그러나 수급 호전이 악재의 영향력을 희석시키고 있어 곧 시작될 어닝 시즌(기업 실적발표 기간)이 주가 상승의 새로운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유가 증시 발목 잡나 유가 상승은 악재임에 틀림없다. 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경기에도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시장이 이를 예민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예단할 수는 없다. 유가는 작년 12월10일 WTI 기준 배럴당 40.71달러에서 지난달 22일 배럴당 57.46달러를 기록,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840선에 머무르던 종합주가지수는 이 기간 중 1,000 고지를 넘어 1,022포인트까지 뛰어올랐다. 이론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현상이 나타났던 셈이다. 이는 '수급이 재료에 우선한다'는 증시 격언을 상기시키는 대표적 사례다. 수급을 호전시킨 것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였다. 경기가 회복 국면에 들어갔다는 기대감이 퍼지면서 적립식 펀드 등을 통해 증시로 돈이 몰렸고,이것이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희석시키며 주가를 밀어올렸다. 요즘도 수급은 탄탄하다. 주식형 펀드 수탁액이 3월 말 현재 10조5천6백30억원으로 한 달 사이에 8천1백30억원 증가한 게 이를 입증한다. ○실적 바닥 확인이 변수 전문가들은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어닝 시즌이 또 한번 유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물리칠 수 있는 계기를 이룰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경기가 풀리고,기업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실제로 확인한다면 돈은 증시로 들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적 전망도 낙관적이다. 대우증권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시가총액 상위 2백개 종목을 대상으로 이익을 추정한 결과는 '1분기 바닥 탈출,2분기 본격 호전'이다. 올 1분기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은 10조5천억원으로 작년 4분기보다 29.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1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는 다소 과장된 것"이라며 "2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변수는 있다. 유가 급등과 함께 환율이 다시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면 시장은 방향성을 잡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하지만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기업 실적이라는 점에서 보면 다소 흔들림이 있더라도 시장은 오름세 쪽으로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